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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0곳 중 4곳 적자, 부실채권율 은행의 12배… 1·2등급 금고도 안심 못해

입력
2024.01.24 14:00
수정
2024.02.14 21:44
7면
0 0

<서민금융기관 민낯 : 새마을금고의 배신>
<3>시한폭탄 된 PF대출
지역 금고 1189곳 경영지표 전수 분석
10곳 중 4곳 적자… 내부서도 "답 없어"
총손실 1500억대… 연체율 4.95% 달해
전문성 부족 경영진이 고위험 투자 승인
중앙회 "부실해져도 돈 떼일 우려 없어"

편집자주

새마을금고 계좌가 있으신가요? 국민 절반이 이용하는 대표 상호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가 창립 60여 년 만에 전례 없는 위기 앞에 섰습니다. 몸집은 커졌는데 내부 구조는 시대에 뒤처진 탓입니다. 내가 맡긴 돈은 괜찮은지 걱정도 커져갑니다. 한국일보 엑설런스랩은 새마을금고의 문제를 뿌리부터 추적해 위기의 원인과 해법을 찾아봤습니다.


새마을금고 건전성에 대한 경고음이 끊임없이 울리고 있다. 한국일보는 1189개 지역 새마을금고 공시 자료를 전수조사해 수익성과 건전성을 검증했다. 지난해 7월 새마을금고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터졌을 당시 서울의 한 금고에 걸려 있는 안내문을 시민들이 읽는 모습. 왕태석 선임기자

새마을금고 건전성에 대한 경고음이 끊임없이 울리고 있다. 한국일보는 1189개 지역 새마을금고 공시 자료를 전수조사해 수익성과 건전성을 검증했다. 지난해 7월 새마을금고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터졌을 당시 서울의 한 금고에 걸려 있는 안내문을 시민들이 읽는 모습. 왕태석 선임기자

'새마을금고가 위험하다'는 경고음이 지난해부터 요란하게 울리고 있다. 앞서 일부 새마을금고에서 터진 뱅크런(대규모 인출 ) 사태는 서막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새마을금고 중앙회와 금융당국은 "고객들이 맡겨놓은 돈은 안전하다"는 말을 반복한다.

한국일보는 전국 새마을금고의 건전성 실태를 구체적인 데이터로 확인했다. 지역 새마을금고 1,189곳(미공시 금고 3곳 제외)이 지난해 6월 내놓은 경영 공시 자료를 전수 분석했다. △수익성(당기순이익) △자산건전성(부실채권, 연체대출금) △재무건전성(순자본 비율) △자산현금화 능력(유동성 비율) 등을 중심으로 검증했다. 지난해 새마을금고의 위기설이 퍼지기 시작한 이후 전체 금고의 수익성과 건전성 등을 분석한 것은 처음이다.

결과는 심각했다. 전체 새마을금고에서 약 1,500억 원대 손실이 발생했고, 빌려준 돈을 떼일 가능성도 크게 높아졌다. 새마을금고 중앙회 고위 관계자조차 "각 지역금고의 부실자산을 중앙회가 매입해주고 있는데 대출이 나갔으면 안 되는 건들이 수두룩하다"며 "솔직히 말해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숨을 지었다.

수익성 떨어지고 대출금 회수 못하고…금고 안전성

지난해 6월 기준 새마을금고와 국내 은행권의 부실채권 비율 비교. 새마을금고 부실채권 비율과 증가폭이 훨씬 큰 것을 볼 수 있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지난해 6월 기준 새마을금고와 국내 은행권의 부실채권 비율 비교. 새마을금고 부실채권 비율과 증가폭이 훨씬 큰 것을 볼 수 있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한국일보 분석 결과 지역 새마을금고 10곳 중 4곳꼴(44.5%·530곳)로 당기순손실(지난해 6월 기준)을 기록했다. 적자를 봤다는 얘기다. 이들이 낸 손실 규모는 약 4,843억 원에 이른다. 수십억 원대 적자를 본 금고만 136개였다.

돈만 못 벌었을까. 아니다. 빌려준 돈을 떼일 가능성도 높아졌다. 전국 금고의 평균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은 5.04%였다. 부실채권은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 된 채권으로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낮거나 아예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쉽게 말해 지역 금고들이 들고 있는 채권 100개 중 5개는 종이 쪼가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국내 은행권(시중은행, 지방은행, 인터넷 및 특수은행 등 20곳)의 부실채권율 0.41%(지난해 6월 기준)와 비교하면 새마을금고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가늠할 수 있다.

일반 은행이라면 상상하기 힘든 수치를 보인 금고도 많았다. 부실채권 비율이 20%를 넘는 금고는 6곳, 10% 이상은 105곳이나 됐다. 특히 인천의 한 금고는 전체 채권 중 27.49%가 돌려받을 가능성이 떨어지는 부실채권이었다. 한국일보는 해당 금고에 그 이유를 물었지만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새마을금고와 상호금융기관의 지난해 6월 기준 대출금 연체율 비교. 같은 서민금융기관이지만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이 확연이 높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새마을금고와 상호금융기관의 지난해 6월 기준 대출금 연체율 비교. 같은 서민금융기관이지만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이 확연이 높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대출 연체율도 문제다. 본지 분석 결과 지역 새마을금고 연체율은 4.95%에 달했다. 같은 기간 성격이 비슷한 상호금융조합(농협 신협 수협 산림조합)의 연체율은 2.8%였다. 상호금융조합은 새마을금고와 마찬가지로 조합 성격의 서민금융기관이다. 새마을금고가 '저소득 저신용자'에게 대출금을 내준다는 점을 고려해도 연체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새마을금고 전체 자산규모는 무려 284조 원으로 5대 시중은행(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다음 가는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덩치만 커졌을 뿐 성한 곳이 없어 보였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표만 놓고 보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에 뛰어든 일부 금고만 위기가 아니라 새마을금고 전체에 문제가 쌓여 있는 모습"이라며 "연체율 5%는 일반 은행에선 상상하기 어렵다. 대출 심사를 대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학자들은 새마을금고가 위기를 맞은 결정적 이유로 경영진의 '금융 전문성 부족'을 꼽았다. 정치인이나 지역 유지 등 금고를 운영할 역량이 안 되는 이들이 결재권을 쥔 채 대출·투자 등을 승인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새마을금고가 부동산 PF를 크게 늘리면서 외형적으로는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처럼 보였지만, 경기침체와 부동산 불황이 덮치자 문제가 드러나며 주저앉은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핀 없는 투자 행태도 발목을 잡았다. 새마을금고는 내년 1월 1일부터 동일 업종에 30% 이상의 대출금을 내주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를 적용받는다. 부동산 PF 문제가 폭발하자 뒤늦게 규제를 도입한 셈인데, 지금까진 아무런 제동 장치가 없어 부동산 시장으로 질주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요 은행들은 매달 대출 금액을 금감원에 보고하고 일정 이상의 대출은 철저히 본부의 통제를 받는다"면서 "새마을금고는 이 같은 의무가 없어 관리 감독이 상대적으로 느슨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장 10억 원 이상 대출부터라도 철저하게 검증을 받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마을금고 중앙회 측도 "지금까진 동일 업종에 대한 대출 규제가 없다 보니 부동산 대출이 크게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영평가 1,2등급은 안전?…부실 위험 가리기도

지역 새마을금고 경영실태 등급표. 수치상으로 보기엔 양호 등급인 2등급이 70.2%로 가장 많지만, 세부 내용을 뜯어 보면 등급표와 달리 여러 지표에서 경고등이 켜진 금고들이 많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지역 새마을금고 경영실태 등급표. 수치상으로 보기엔 양호 등급인 2등급이 70.2%로 가장 많지만, 세부 내용을 뜯어 보면 등급표와 달리 여러 지표에서 경고등이 켜진 금고들이 많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새마을금고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은 "중앙회의 경영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은 금고도 건전하다는 보장이 없다"고 주장한다. 일부 금고들이 수치만 잘 나오도록 '꼼수'를 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앙회는 개별 금고의 재무 상태와 경영안전성 등을 종합 평가해 매년 2차례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발표한다. 결과는 1~5등급으로 나뉘는데 4,5등급을 받으면 '부실 금고' 딱지가 붙는다. 부실 금고가 되면 내부 행사나 업무추진비 사용에 제동이 걸리고 신규 인력도 뽑기 어려워진다. 금고 상태가 심각하면 다른 금고와 통폐합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본지 분석 결과 지역 금고 중 지난해 1등급을 받은 곳은 9.7%(116개)였고 △2등급 70.2%(835개) △3등급 18.6%(222개) △4등급 1.3%(16개)였다. 5등급은 없었다.

공시만 보면 전체적으로 양호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지역의 한 새마을금고 실무 책임자는 "건전성 지표는 한 달 만에도 얼마든지 좋게 만들 수 있다"며 "내부적으로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신뢰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예컨대 경영 평가를 앞두고 출자금에 따른 배당을 많이 받을 수 있는 특판 상품을 판매하면 신규 출자자들을 쉽게 모을 수 있다. 그러면 당장 자산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어 수치상 건전성은 좋아지지만 배당 부담은 커지게 된다. 당장의 수치를 좋게 만들기 위해 부담을 미래로 넘기는 셈이다. 중앙회 측도 이런 꼼수가 가능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 같은 일시적 출자금 증대를 막기 위해 회원 탈퇴를 해도 해당 회계연도 결산 이후 출자금을 돌려 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고 말했다.

현직 새마을금고 실무자들과 새마을금고 관련 전문가들은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일시적으로 수치 조정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현직 새마을금고 실무자들과 새마을금고 관련 전문가들은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일시적으로 수치 조정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경영실태평가 지표가 위험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새마을금고 중앙회에서 자문 활동을 했던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2등급, 3등급을 받은 금고들도 향후 투자한 PF 대출 상황에 따라 훨씬 더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역 새마을금고 23곳은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을 받았지만 부실채권율이 9%를 넘거나 연체율이 14%를 초과하는 등 위험 신호가 감지됐다. 경기 군포시 한 금고는 경영평가에서 3등급을 받았지만 부실채권율은 21.74%, 연체율은 20.58%에 달했다. 지난해 6월에 3등급을 받았던 금고 6곳은 반년 사이 4등급으로 추락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경영실태평가에서 종합 3등급을 받았던 금고 여섯 곳은 반년도 지나지 않아 4등급으로 추락했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지난해 6월 경영실태평가에서 종합 3등급을 받았던 금고 여섯 곳은 반년도 지나지 않아 4등급으로 추락했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1, 2등급을 받아도 안심할 수 없다. 1등급을 받은 서울의 한 금고는 부실채권 비율이 8%를 넘었고, 2등급을 받은 충남 소재 금고는 부실채권율 8.44%, 연체율 11.56%를 기록해 부실 금고들보다 더 위험해 보였다.

홍 교수는 "부실채권과 연체율이 5%를 넘는 금고가 3등급 평가를 받거나 이보다 더 심각한 곳들이 1, 2등급을 받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경영 평가를 더 보수적이고 객관적으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마을금고 측은 개별 금고가 부실해지더라도 고객이 맡긴 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한다. 중앙회 관계자는 "고객 1인당 예·적금액 중 5,000만 원까지는 중앙회에서 예금자 보호를 해주는 데다 특정 금고가 부실해져 주변 금고와 합병되면 모든 계약이 이전된다"고 말했다.

자신이 돈을 맡긴 금고 상황을 알고 싶다면 공시 내용을 직접 확인해보면 된다. 새마을금고중앙회 홈페이지(www.kfcc.co.kr) 메뉴 중 '사업안내전자공시정기공시'로 들어가 금고명을 검색하면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제보받습니다> 지역 새마을금고와 중앙회에서 발생한 각종 부조리(부정·부실 대출 및 투자, 채용·인사 과정의 문제, 갑질, 횡령, 금고 자산의 사적 사용, 뒷돈 요구, 부정 선거 등)를 찾아 집중 보도할 예정입니다. 직접 경험했거나 사례를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다면 제보(dynamic@hankookilbo.com) 부탁드립니다. 제보한 내용은 철저히 익명과 비밀에 부쳐집니다.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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