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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단일 민족인가?

입력
2024.01.20 00: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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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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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단일 민족이라는 말을 쉽게 하는 편이다. 단일 민족이란 한 나라의 주민이 단일한 인종으로 구성돼 있는 민족을 이른다. 국가와 사회라는 거대한 집단이 친밀한 사람들 간의 모임이 아닐진대, 과연 대한민국은 한 민족으로 이뤄진 나라일까?

한민족의 기원과 정체성을 논할 때는 어김없이 단군이 등장한다. 단군의 출생 과정은 여러 책에 밝혀져 있다. 동굴에서 쑥과 마늘을 먹고 버틴 곰이 사람이 돼, 하늘에서 내려온 환웅과 결혼한 신화가 그것이다. 건국신화는 어느 나라에나 있는데, 사실 그대로가 아니라 맥락을 해석해 받아들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단군의 탄생 이야기는 하늘을 받드는 이들과 곰을 숭상하는 이들의 결합으로 해석한다. 이 말은 곧 고조선이 민족 간 결합으로 형성됐다는 뜻이 아닌가? 그렇다. 요즘 말로 단군도 다문화 배경 가족이다.

그러면 고조선 이후 이 땅에 살았던 이들의 혈통은 유지되었는가? 그렇지 않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약 280개의 성씨가 있다고 한다. 고구려의 시조는 성을 '고'로, 백제의 시조는 부여에서 남하하였다고 '부여'를 성으로 삼았다. 신라에서는 왕위를 차지한 박, 석, 김 세 성이 있었고, 발해에서는 첫 지도자를 따라 '대'씨가 사용되었다. 한자로 '금'이라 쓰고도 읽는 방법이 다른 '김', 우리말 '밝다'의 일부를 적었다는 '박' 등도 대표적 고유 성씨이다.

그런데 절반가량은 외래 귀화 성씨로, 귀화의 시기도 수천 년간 고루 분포되어 있다. 2,000년 전, 인도에서 건너와 김수로왕의 비가 되었다는 허씨, 신라 경덕왕 때 일본으로 갔다가 돌아가던 중 귀화한 당나라 사람 김씨가 있다. 고려시대에는 충렬왕 때 제국대장공주를 따라와 정착했다는 인씨, 아랍계 위구르족 출신의 몽골 장수가 시조인 장씨, 몽골 관리 설씨, 여진족 출신 무장 이씨, 고려에 망명한 베트남의 왕족인 이씨, 송나라 사람 유씨 등 다수가 있다. 조선시대의 성씨로는 임진왜란 때 조선에 귀화한 김충선, 네덜란드 출신으로 동인도회사 복귀 중 표류하다 귀화한 박연이 대표적이다.

최근 10년 이내에는 귀화한 외국인이 원래의 성을 유지하고자 하면서 멘, 분, 곰, 굳, 길란 등 소수 성씨가 늘었다고 한다. 방송으로 널리 알려진 독일 이씨, 영도 하씨, 구리 신씨, 서강 길씨, 임실 지씨뿐만 아니라, '프라이인드로테쭈젠덴'씨와 '알렉산더클라이브대한'씨 등 10자에 달하는 긴 성씨도 있다. 결론적으로 한민족은 생물학적 단일 민족이 아니다. 단일 민족의식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단일 민족이라는 신념은 민족적 긍지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그러나 스스로 굳게 믿는 신념과 사실은 다르다.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공동생활을 하면서 형성된 사회 집단인 민족이 인종이나 국민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은 일반적 지식이다.

한민족의 '단일 민족'은 언제, 왜 강조되었을까? '우리는 한겨레다. 단군의 자손이다'라는 가사로 된 동요는 1930년에 나온 것이다. 당시는 단일 민족임을 강조할 역사적 이유가 충분히 있던 때였다. 지금보다 국가와 사회에 대한 인식도, 면밀한 고찰도 부족한 시기였다. 다시 사전으로 돌아가 보자. 사전에서 단일 민족은 인종이 아니라 정치 분야의 말로 명기되어 있다. 사실 정보와 이념의 구분, 이것이 답이다.


이미향 영남대 글로벌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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