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3년 임기를 마치고 20일 퇴임한다. 유죄 0건, 구속 0건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는 조롱거리가 될 정도로 기대에 못 미친다. 차기 공수처장은 공수처의 존재감을 세워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지만, 후보 추천 단계부터 ‘윤심(尹心)’ 논란에 휩싸여 우려를 키우고 있다.
김 처장은 19일 이임식에서 “그동안 성과가 미미하다는 비난의 말씀을 많이 들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사건들이 있으니 그 결과도 지켜봐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또 “공수처가 고위 공직자의 권력형 부패 범죄를 척결하고 권력기관을 견제하는 소임을 다하는 수사 및 공소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검사와 수사관들이 소신껏 그 업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의 정비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공수처는 내놓을 만한 성과가 전혀 없다. 직접 기소한 3건의 사건에서 2건이 1심 내지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1건은 재판 중이다. 5번의 구속영장 청구는 모두 기각됐다. 부족한 역량뿐 아니라, 정치인·언론인 등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통신자료 조회도 드러나 비판받았다. 소속 검사들도 줄줄이 사직을 하면서 조직 분위기는 침체됐다.
일단은 조직 내부부터 환골탈태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제도 개선도 있어야 한다. 현재는 고소·고발 사건을 모두 처리하고 있는데, 중요한 사건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검사 25명 이내, 수사관 40명 이내’로 제한된 인력도 근본적인 한계이다.
공수처장도 경험이 풍부한 검찰 출신을 발탁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김진욱 처장에 이어, 유력 차기 처장 후보인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도 판사 출신이다. 김 부위원장은 더구나 공수처 도입을 강하게 반대하고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공개 지지한 적이 있어, 공수처의 독립성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이 많다. 여권이 정치적 셈법을 버리고 최선의 지원을 해야 공수처가 자리를 잡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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