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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위협에 대한 현명하고 용기 있는 대응

입력
2024.01.22 04:30
수정
2024.01.22 09:58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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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15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15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사실상 핵무력을 완성한 북한이 전쟁을 운운하면서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자 일각에서 이에 부화뇌동하며 핵공포론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갈루치 전 특사는 핵전쟁 가능성이 낮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여기까지는 대비 태세 유지를 위해서도 충분히 용인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주장의 핵심을 보면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핵전쟁 가능성이 있으니 '북한 비핵화'보다는 '미북 관계 정상화'에 목표를 둬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갈루치는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북핵 특사로 '제네바 합의'를 주도한 인물이다. 1994년 제네바 합의가 결과적으로 북핵 프로그램 차단이 아니라 지속 추진의 기회를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정책 실패의 책임이 있는 인사의 발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북핵을 협상만으로 해결해보려는 시도가 실패했다는 건 이미 역사가 증명한다. 2002년 2차 북핵 위기가 불거졌고, 2018년에는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으며, 2024년 새해 벽두부터 극초음속 IRBM까지 발사했다. 협상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결과적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고도화하는 시간만 벌어준 셈이다.

절제되지 않은 핵공포론 조장은 북한의 핵무기 그 자체만큼이나 우리 안보에 치명적이다. 핵공포론은 한마디로 비핵화 목표 철회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을 공식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제재도 해제해주며, 나아가 국제사회에서 정상적인 국가로 대우해주자는 주장이다.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공포를 조장해서 북한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게 현명한 것처럼 말하는 건 그야말로 '규칙기반 질서'를 스스로 파괴하자는 이야기와 다름없다.

논리적 모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비핵화 목표를 철회하고 관계 개선에 나선다고, 핵전쟁 공포와 핵전쟁이 사라질까. 그렇지 않다. 협상 국면에서는 핵공포가 일시적으로 완화될지 모르지만, 북한이 일단 핵보유국이 되면 진짜 핵공포는 그때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사사건건 핵공포 조성으로 모든 이슈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끌고 가려 할 것이다.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핵강압에 나설 것이 뻔하다. 따라서 이런 논리라면 협상 이후에도 여전히 핵인질이 되어 끝없이 퍼주어야 하는 악몽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이는 핵공포 제거나 핵전쟁 가능성 완화 상황하고는 거리가 멀다.

김정은은 공포정치로 국내 정치권력을 공고히 했다. 이제는 핵무기로 국제무대를 대상으로 공포정치를 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핵공포론이 아니라 핵협의그룹(NCG) 작전화를 통한 '공포의 균형' 달성 등 핵억제력 강화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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