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개입 직권남용 처벌 여부 관심
'유죄' 이민걸·이규진 대법 계류 중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1심 선고 결과가 26일 나온다. 2019년 2월 구속기소된 지 4년 11개월 만이다. 쟁점은 여럿이나 양 전 대법원장이 직권을 남용해 재판 독립성을 침해하는 등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느냐가 핵심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1부(부장 이종민)는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의 1심 선고공판을 연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적용 혐의가 많고 사건 기록도 방대해 공판준비기일까지 재판 기일만 290차례 진행됐다. 2011년 9월 취임한 그는 임기 6년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에게서 보고받은 반(反)헌법적 구상을 승인하거나 직접 지시를 내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로 사실상 사법농단 실무를 도맡아 처리한 임 전 차장의 1심 선고는 다음 달 5일로 예정됐다.
상고법원 위해 靑·입법부 로비 등 쟁점
혐의는 크게 세 갈래다. ①사법부 숙원사업인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박근혜 청와대와의 재판거래및 입법부 상대 로비 ②헌법재판소 견제 목적으로 헌재 내부정보 수집 ③법원 안팎의 비판세력 탄압과 판사 비위 사건 축소다. 검찰이 적시한 구체적 범죄사실만 47개다. 검찰은 앞서 징역 7년을 구형하면서 "사법행정권 최고책임자인 피고인들이 재판에 개입해 법관 도리를 심각하게 훼손한 초유의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박·고 전 대법관에게도 각각 징역 5년, 4년이 구형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최후진술에서 "사법부에 대한 정치세력의 음험한 공격이 이 사건의 배경이고 검찰이 수사라는 명목으로 그 첨병 역할을 했다"며 사건의 본질을 검찰의 '수사권 남용'으로 규정했다.
무엇보다 대법원 최고 의사결정자들의 재판 독립 침해 여부를 놓고 법원이 어떤 판결을 할지 주목된다. 아울러 재판 개입을 직권남용죄로 보고 처벌할지도 관건이다. 법원은 지금껏 직권남용이 성립하려면 다른 판사의 재판에 개입할 직무상 권한이 있어야 하는데, 어떤 판사도 그런 권한이 없어 이 사건을 직권남용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해 왔기 때문이다.
사법농단 관련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법관은 14명이다. 이 중 유죄 선고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뿐이며,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의 1심 결과는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작지 않은 파장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 수사를 받은 초유의 사건인 데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일 때 기소한 사건이라 정치적 파급력도 무시할 수 없다.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이재용 선고도
양 전 대법원장 1심 선고와 같은 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1심 선고도 열린다. 이 회장은 삼성그룹 부회장으로 일하던 2015년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위법하게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이던 2020년 9월 기소한 지 3년 4개월 만에 결론이 나게 됐다.
이 밖에도 △'문화계 블랙리스트'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파기환송심 선고(24일)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 무마' 의혹을 받는 이성윤 전 검사장 항소심 선고(25일) 등 주목도가 큰 사건 선고가 이번 주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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