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 삶 불안정하면 의대 쏠림 심화"
"편가르기 정치, 과학적 태도로 극복해야
실패가 일상… 근성으로 될 때까지 도전"
편집자주
여야가 4월 총선에서 ‘히든 카드’로 내세울 외부 인사 영입이 한창이다. 이들은 왜 자신의 전문 분야를 버리고 정치권에 뛰어들었을까. 판사를 지낸 국민의힘 전상범씨와 연구원 출신 더불어민주당 황정아씨를 만나 출마의 변을 들어봤다.
총선을 앞둔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실정을 지적할 수 있는 외부 인사 영입에 초점을 맞췄다. 올해 예산과 관련해 민주당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가장 심각하게 봤다. 이 문제에 가장 민감한 대덕연구단지에서 24년째 인공위성 연구에만 몰두하던 황정아 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8일 서울 강남구 인근에서 가진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가 과학기술의 씨앗을 밟아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결국 이공계 기피 현상은 심화되고 똑똑한 학생들은 모두 의대에 가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그는 물리학자 출신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를 거론하며 "팩트를 기반으로 정책 토의가 이뤄지는 정치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과학계 입장 대변 창구가 안 보여
-정치에 뛰어든 결정적 동기는.
"연구실에서 학생들이랑 제가 맡은 프로젝트만으로 충분히 바쁘고 재미있게 살았다. 의도적으로 내 분야만 보고 살았고, 정치는 굳이 쳐다볼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과학계 근간을 흔드는 예산 삭감이라는 사태로 내몰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주변 과학자들이 다들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국회나 정치권에 이를 대변할 만한 창구가 안 보였다. 그래서 직접 그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나서게 됐다."
-예산 삭감 이후 과학계 분위기는.
"주변 과학자들은 두 명 이상만 모이면 예산 삭감 얘기를 한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과학이 이 수준까지 오를 수 있었던 기저에는 과학기술은 물론 이를 뒷받침하는 교육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예산 삭감은 과학기술의 씨앗을 밟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현장의 생각이다. 30년 넘게 헌신과 열정으로 오늘의 대한민국 과학계를 이끌었다고 생각한 이들이 느끼는 무력감이나 자괴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나.
"예산 삭감으로 사람을 줄여야 한다. 특히 주니어 연구자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 있는 사람도 나가라고 해야 할 상황에 박사후 연구원이나 학생연구원 채용이 가능하겠나. 가장 큰 문제는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안 좋은 신호를 정부가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똑똑한 친구들은 다 의대로 몰린다. 지난달 과학고 강연을 나갔는데 물리학이나 천문학을 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너의 꿈을 찾아라"라고 말할 수 없더라. 사람의 고리가 끊기는 것은 잠깐이지만, 그걸 복원하는 데 수년이 걸린다."
물리학자 출신 메르켈 전 총리 가장 존경
-정치 불신이 커지는 이유는.
"정책은 없는데 서로 혐오하고 편 가르기만 하는 분열의 정치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훈련이 안 돼 있는 사람들이 집단의 이익만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승자의 권리를 누린다. 제일 존경하는 메르켈 전 독일 총리도 물리학자였다. 우리 정치에도 과학자의 태도를 접목할 필요가 있다. 무미건조하지만 사실에 기반한 합리적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비슷한 생각으로 정치에 입문했던 인사들이 정치권을 떠나는데.
"30년 가까이 과학자로 살면서 매일이 실패의 삶이었다. 위성이나 발사로켓을 만드는 일이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될 때까지 실패한다. 다만 그 실패에서 깨달으면서 앞으로 나간다. 좌절하지 않고 도전하는 게 과학자의 장점이다. 정치에 가서도 성공할 때까지 좌절하지 않고 매일 도전하는 과학자의 자세로 설득하다 보면, 물리학자 출신으로 기여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대전 출마 얘기가 나온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다만 카이스트를 나오고 대전에서만 27년째 살고 있다. 대전에 동료 과학자들이 많이 살고 있다. 제가 적임자인지 자신할 수 없지만 지역구든 비례대표든 가리지 않고 과학자들의 목소리를 국민들께 와닿게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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