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대기업 유치가 지역경제 살린다는 미신 깨야"
알림

"대기업 유치가 지역경제 살린다는 미신 깨야"

입력
2024.01.30 04:30
24면
0 0

지역 대기업 유치 만능론 비판하는
'대안으로서의 지역순환경제' 엮은
양준호 지역순환경제네트워크 공동대표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 9일 인천대에서 열린 '대안으로서의 지역순환경제' 출판기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인천대 제공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 9일 인천대에서 열린 '대안으로서의 지역순환경제' 출판기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인천대 제공

지역경제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 흔히들 "대기업이 없어서", "건설 경기가 나빠서"라고 말하곤 한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이 "대기업 하나만 유치하면", "대규모 도시개발을 추진하면" 지역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고 입에 달고 다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양준호(52)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런 '미신'에서 벗어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역 내 순환 경제를 연구해온 진보성향의 경제학자인 양 교수는 2021년 출범, 지역화폐 정책 확대 등을 정치권에 촉구해온 지역순환경제네트워크의 공동대표와 인천대 후기산업사회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양 교수는 지난 18일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지자체 대부분이 이른바 '대기업유치만능론'을 맹신하는데, 대기업 유치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는커녕 지방 재정만 축낸다"고 강조했다. 대형마트, 대기업 공장이나 대형 시중은행이 돈 장사로 번 수익은 지역에 투자되거나 융자되지 않고 본사가 있는 서울로 빠져나간다는 것. 그는 그 근거로 충남도의 예를 들었다. 현대, 삼성 등 대기업 계열사가 몰려 있는 천안·아산이 있는 충남도의 지역 내 총생산(GRDP)은 2022년 기준 128조 원으로 경기, 서울 다음으로 높다. 하지만 전국 최고 수준의 소득 역외 유출(24조 원)로 지역총소득(GRNI)의 전국 순위는 6위로 떨어진다.

지자체들이 대규모 도시개발을 매우 효과적인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 수단으로 여기는 데 대해서도 반박한다. 양 교수는 "토목공사형 도시개발을 수주한 자본금 규모가 큰 기업들이 지역 사람을 고용하거나 지역 기업에 발주하는 것을 본 적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대규모 도시개발은 지역의 환경생태를 파괴하고 '개발 쓰레기'만 남길 뿐 지역경제에 아무런 혜택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들의 대규모 도시개발은 지역경제에 아무런 혜택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인천대 제공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들의 대규모 도시개발은 지역경제에 아무런 혜택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인천대 제공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지역소멸을 막고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을까. 양 교수는 최근 박창규 인천대 후기산업사회연구소 부소장 등과 함께 펴낸 책 '대안으로서의 지역순환경제'(로컬퍼스트 발행)에서 '지역경제를 보다 지역화하는 것'을 강조했다. 지역에서 생성된 돈이 지역 안에서 돌고 돌 수 있게 하자는 것이 책의 요지다. 구체적 해법으로 그는 △지역화폐 △지역은행 △지역 재투자 의무화 법률 제정 등을 제시했다.

가장 주목하는 건 지역화폐의 활성화다. 양 교수는 "지역화폐는 영세자영업자, 전통시장, 향토기업 등의 매출을 늘리고 시민 소득이 지역 내 소비를 통해 지역 안에서 돌 수 있게 한다"며 "유럽 각지의 사례처럼 지역 내 기업 간 산업 거래를 지역화폐로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지역 재투자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률이나 조례 제정도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미국에는 영리 은행들의 수익 일부가 지역에 재투자될 수 있도록 한 '지역 재투자법'과 기업들이 원재료나 중간재를 지역 내 다른 기업들로부터 납품받도록 의무화하는 우리의 조례 같은 성격의 지역 법률(로컬 콘텐츠)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지자체가 100% 출자해 소유하되 시민사회와 함께 투융자 대상이나 투·융자액, 금리 등을 정하는 지역공공은행 도입도 제안했다. 양 교수는 책에서 "지역공공은행은 지자체 예산 전액을 수탁해 관리하면서 지자체와 영세자영업자, 대학생 등 금융 약자 등에게 투·융자하면서 지역경제 순환뿐만 아니라 지자체 재정의 자립화, 분권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안으로서의 지역순환경제. 인천대 제공

대안으로서의 지역순환경제. 인천대 제공


이환직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