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원장 사퇴 직접 압박 의혹 이례적
선거 개입 아니라면 형사처벌 어렵지만
'민주적 정당' 헌법 취지 몰각 비판 소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대통령실의 사퇴 압박이 알려진 22일 더불어민주당은 당무 개입 위반 여부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이재명 대표는 "공직자 선거 관여 (금지), 정치중립 의무 위반 이런 것들이 상당히 문제가 되는 것 같다"며 형사처벌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대통령실의 여당 대표 사퇴 압박이 사실이라면 처벌 가능한 사안일까.
대통령실이 여당 대표에게 직접적으로 사퇴를 압박했다는 의혹이 공개된 것은 이례적이다. 여권에서는 전날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과 윤재옥 원내대표, 한 위원장이 만난 자리에서 거취 문제까지 거론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리고 한 위원장은 이날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와 당무 개입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제가 사퇴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체가 정확하지 않지만 일단 사퇴를 요구받은 것은 맞다는 얘기다. 그간 당정 마찰 속 중도 사퇴한 여당 대표가 여럿 있었지만 대통령실과 당의 조율 과정이 외부로 공개되지는 않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이준석·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가 물러날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추후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 사퇴를 요구한 것이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처벌까지는 이어지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총선을 앞두고 당무에 개입해 처벌된 사례로는 2016년 총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꼽을 수 있다. 그는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 징역 2년 확정판결을 받았다. 공직선거법(선거법) 86조에 있는 공무원의 '선거운동 기획 참여 금지' 및 '여론조사 금지' 규정 등을 어겼다는 이유다. 선거법 처벌 조항들은 이처럼 공천 등 공직 선거 과정에 직접 개입한 경우에만 적용된다. 형사처벌까지 가려면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 사퇴 압박을 넘어 총선 공천 과정에 직접 개입한 정황이 있어야 하지만 그 수준까지는 가지 않았다.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의 정치활동 금지 규정은 대통령 및 대통령실에는 적용되지 않고, 정당법상 '당대표 경선 자유방해죄'에도 이번 사례를 적용시킬 조항은 없다.
물론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헌법 취지 등에 따라 의혹이 사실이라면 윤석열 대통령이 받는 타격은 상당할 수 있다. 민주당 일각에선 이번 논란을 '정치 중립 의무 위반' 논란이 촉발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소추 사례와 비교하며 탄핵까지 언급하고 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명확한 해산 규정이 없는 비대위에 사실상 자진 해산을 압박했다는 지적으로 이어질 소지도 있다. 대통령실이 전날 "한 위원장 거취 문제는 용산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절차적 논란까지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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