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7000명 대상 기후인식 심층조사>
기후의제-표심 연계 '기후유권자' 34%
60대 이상·남성, 기후유권자 비중 높아
내연기관차 판매 규제 찬성도 63.8%
국민 10명 중 6명은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후보나 정당이라도 4월 총선에서 마음에 드는 기후위기 대응 공약을 제시한다면 투표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정치적 의사결정에서 기후 의제를 중시하는 '기후유권자' 비율은 60대 이상 노년층에서 가장 높았다. 올해 총선은 60대 이상 유권자 수가 처음으로 20, 30대 유권자 수를 앞지르는 '그레이(Gray) 총선'이라 더욱 주목되는 조사 결과다.
로컬에너지랩과 녹색전환연구소 등이 참여한 ‘기후정치바람’은 2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후위기 국민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달 1일부터 한 달가량 17개 시도별로 1,000명씩 총 1만7,000명에게 기후정책 관련 인식을 심층적으로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후 이슈와 관련해 1만 명 이상 대규모 조사가 진행된 것은 처음이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62.5%는 ‘기후위기 대응 공약이 마음에 드는 후보가 있다면 평소의 정치적 견해와 다르더라도 총선에서 투표를 진지하게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평소 지지 정당과 다르더라도 기후공약이 마음에 드는 정당에 투표를 고려하겠다’고 응답한 비율도 60.9%였다. 기후공약과 관계없이 평소 지지하는 정당 및 후보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보다 각각 3배 가까이 많다.
이 같은 '기후투표' 성향은 기후위기에 대한 이해도와 민감도가 높을수록 강했다. 온실가스·탄소중립·탄소발자국 등 기후 관련 용어 8개 중 6개 이상을 이해한다고 답한 사람은 기후공약 중심의 정당투표 의향이 69.8%에 달했다. 기후위기 영향 경험, 기후행동 실천 등으로 측정한 기후민감도가 중간 수준(56점 중 26점)이면 기후투표 의향이 74.4%였다.
기후정보지수, 기후민감도, 기후투표성향이 모두 중간 이상으로, 실제 총선에서 기후 의제를 중시하며 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큰 기후유권자는 조사 대상의 33.5%로 나타났다. 기후유권자의 이념 성향은 진보 41.7%, 중도 30.6%, 보수 28.8%였다. 성별로는 남성 응답자 중 기후유권자 비율이 35.7%로 여성(31.4%)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 30대 이상 연령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조사를 설계한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기후우울 등 민감도는 전 세계적으로 여성이 높은 편이지만, 남성이 기후정보 인지도와 기후투표 성향이 높아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연령이 높을수록 기후유권자 비율이 높아 60대 이상(35.2%)에서 최고치를 보인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기후위기는 미래세대의 문제라서 청년세대일수록 관심이 많다'는 통념과 상반된다. 서 대표는 “60대 이상은 ‘개인적으로 홍수·산불 등 기후위기를 경험해봤다'는 응답자일수록 기후투표 의향이 강한 특징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전남(38.1%)과 서울(36.3%)에서 기후유권자가 많았는데 전남은 기후경험도가, 서울은 기후정보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응답자 다수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산업 개편과 규제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신규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에는 63.8%가 찬성했고, 대규모 주차장 지붕태양광 설치 의무화는 찬성률이 81.4%였다. 탄소중립 정책이 지역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48.8%가 '단기적으로는 나쁘지만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것’, 22.8%가 '장·단기적으로 모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단체들은 올해 총선에서 선출될 22대 국회의원 임기가 2028년까지로, 기후위기 대응·적응에 우리나라의 자원과 예산을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이번 조사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은 "응답자들은 7개 사회적 도전과제 중 기후위기를 인구위기에 이어 두 번째로 중요하게 생각했다"라며 "이처럼 높은 기후인식을 선거 정책 의제로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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