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9세 소녀가 강아지 덕분에 목숨을 구한 사연이 알려져 화제가 됐습니다.
지난달 29일, 버지니아 주에 거주하는 샤넌 보그스(Shannon Boggs) 씨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영상 한 개를 올렸습니다.
영상 속에는 TV를 시청하는 보그스 씨와 그의 남편 사이로 반려견 ‘스파이’가 이리저리 헤매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안절부절 못하고 한 자리에 서 있지 못하는 스파이의 모습에 그들은 불현듯 하나의 가능성을 떠올리며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바로 그들의 딸 ‘래린’(Raalynn)이었습니다. 래린은 1형 당뇨를 앓고 있습니다.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 질병이라, 항상 혈당을 체크해야 하죠.
보그스 씨 부부는 급히 래린을 깨워 혈당을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는 무려 338mg/dl. 정상적인 대사가 이뤄질 때 공복 혈당은 70~100 mg/dl 수준입니다. 당뇨 환자들은 취침 전 혈당 목표를 90~150mg/dl으로 설정합니다. 그만큼 래린의 상태가 심각했다는 뜻이죠.
위기 상황을 넘긴 보그스 씨 부부는 소셜 미디어에 이렇게 남겼습니다.
이 개는 정말 우리에게 내려진 축복입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특히 이날은 새로 설치한 혈당 모니터 기기가 작동 대기 중이라 더욱 스파이의 존재가 고마웠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 부부가 소셜 미디어에 남긴 해시태그를 자세히 보니 #diabeticalertdog 이라는 문구가 담겨 있습니다.
이는 당뇨 탐지견(Diabetic alert dog) 이라는 뜻으로,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훈련된 개들이 가정에서 당뇨 환자들을 위해 활약하고 있답니다. 이 사연이 단순히 반려견이 어쩌다 한 번 병에 걸린 환자를 구해낸 사연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러면 여기서 궁금해지는 대목!
대체 당뇨 탐지견은 어떻게 혈당을 알아내고 알려주는 걸까?
여러 자료를 종합해 본 결과, 결론부터 간단하게 얘기하면 ‘정확한 것은 모른다’입니다. 허무하겠지만, 잠시 진정하세요! 당뇨 탐지견에 대해 연구해온 결과들을 알기 쉽게 요약해 드릴게요.
아마 기본적인 원리는 여러분도 짐작하셨을 겁니다. 바로 ‘냄새’!
사람은 질병이 발생하면 신체 분비물에도 화학적인 변화가 생긴다고 합니다. 당뇨에 걸린 환자들 역시 땀에서 특정 냄새를 풍기는 화학물질들이 포함돼 있다고 합니다.
당뇨 탐지견은 이 냄새를 맡는 훈련을 받아, 당뇨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하죠. 문제는 여기서 ‘어떤 화학물질 냄새를 당뇨 탐지견이 맡아내느냐’겠죠. 이게 아직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좀 더 생각해 보면.. 만일 이게 확인됐으면 지금처럼 바늘을 찔러 핏방울로 혈당 수치를 파악하는 대신, 어마어마하게 혁신적인 혈당 측정기를 만들 수 있었겠죠? (가령 사과 시계나, 은하 시계에 탑재가 됐다든지..)
그나마 당뇨 치료 과정에서 인슐린이 과다 투여돼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는 저혈당 쇼크가 왔을 때에 탐지견이 반응하는 원리는 조금이나마 규명됐다고 합니다. 지난 2016년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팀은 혈당이 급격히 떨어질 때는 사람의 땀에 이소프렌(Isoprene)이라는 화학물질이 포함돼 배출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다만, 이마저도 탐지견이 이소프렌을 맡아서 저혈당 쇼크를 감지하는지는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또 한 가지의 궁금증이 생길 것 같은데요. 과연 모든 탐지견이 당뇨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알아맞힐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연구 결과도 확인했습니다. 2019년 수의학 학술지 ‘수의학의 최전선’(Frontiers in Veterinary Science)에 발표된 연구 결과인데요. 연구진은 8마리 탐지견과 그 반려인들의
동의를 받고 약 2주간 CCTV를 통해 탐지견과 반려인들의 행동을 분석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급격한 저혈당을 감지하는 확률은 전체 평균 55.9%였습니다. 혈당이 높아지는 상황을 감지할 확률은 69.7%였습니다.
특이한 점은 개들마다 편차가 크다는 점이었다고 합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어떤 개는
저혈당 상황을 33.3% 정도밖에 감지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즉, 3번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1번밖에 감지하지 못했다는 뜻이죠. 반면 어떤 개는 91.7%라는 높은 감지 확률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 조사 결과가 말해주는 것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탐지 성과는 탐지견마다 편차가 매우 크다.
연구진도 결론을 통해 “최적의 성과를 보장하려면, 탐지견은 지속적인 훈련을 해야 하고, 보호자 역시 본인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각각 탐지견마다 편차가 존재한다는 것은, 당뇨 환자가 탐지견에게만 의존하며 본인의 상태를 진단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더군다나 1형 당뇨 환자들은 즉각적인 진단과 대처가 필수인 환자들입니다. 인슐린 펌프를 몸에 부착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면 곧바로 몸에 주입할 정도니까요. 그렇기에 ‘당뇨 탐지견이 과연 실효성이 있느냐’는 논쟁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실제 당뇨 환자들은 보그스 씨 부부처럼 탐지견의 존재를 매우 필요로 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미국 ABC의 유명 프로그램 ‘굿모닝 아메리카’에서 당뇨 탐지견 배정을 4개월간 기다리던 엘리(Eli)라는 9세 소년에게 특별히 당뇨 탐지견 ‘폴라’를 선물하는 이벤트가 있었을 정도죠. 엘리의 엄마 브룩 모건(Brooke Morgan) 씨는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믿을 수가 없어요.
마음의 평화를 얻었습니다.
다른 누군가가 제 아들을 돌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전함을 느낍니다.
또 다른 당뇨병 환자이자 워싱턴 D.C에서 의사로 일하는 조나단 비치(Jonathan Beach) 박사도 ABC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탐지견은 내가 혈당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때마다
일관되게 내게 경고를 보내줍니다.
이 친구는 내게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당뇨는 증상이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만큼 옆에서 항상 상태를 챙겨주는 존재가 있어야 당사자가 대처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요. 비록 그 정확도가 입증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댕댕이는 존재만으로도 우리에게 안정감을 준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던 사연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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