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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같은 여자는 서울역에 널렸다"... '아내 살해' 변호사, 10년간 정서 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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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같은 여자는 서울역에 널렸다"... '아내 살해' 변호사, 10년간 정서 학대

입력
2024.01.23 11:19
수정
2024.01.2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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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이주 후 아내 외도 의심해 집착
자녀에게 "엄마라고 부르지 마" 지시
두 번째 이혼소송 한 달도 안 돼 살해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50대 미국 변호사 현모씨가 지난해 12월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50대 미국 변호사 현모씨가 지난해 12월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이혼 소송 중인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대형 법무법인(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가 10여 년간 아내를 정서적으로 학대한 정황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2013년 결혼 이후 폭언·외도 의심

22일 검찰 등에 따르면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현모(50)씨의 공소장에는 그가 2013년 결혼 무렵부터 아내에게 "너 같은 여자는 서울역 가면 널려 있다"는 등 비하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현씨가 2018년 아내와 협의 없이 자녀를 데리고 뉴질랜드로 이주한 뒤 아내의 외도를 의심한 것으로 봤다. 그는 아내에게 "불륜 들켰을 때 감추는 대처법을 읽었는데 네 대응이 흡사하다", "성병 검사 결과를 보내라"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영상통화로 현관에 있는 신발을 보여달라거나, 3개월간의 통화 내역을 설명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현씨는 2019년쯤부터 자녀들에게 아내를 '엄마'라고 부르지 못하게 했다. 딸에게는 "거짓말하지 마라"라는 내용의 영어 욕설을 시키고, 아들에게는 "어디서 또 밖에서 나쁜 짓 하려고 그러냐"라는 말을 시킨 뒤 녹음해 아내에게 전송했다.

견디지 못한 아내는 2021년 10월 이혼소송을 제기했지만, 현씨가 "엄마의 자격·역할 관련 비난·질책을 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의처증으로 오해할 언행이나 상간남이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쓰면서 한 달 만에 소송을 취하했다.

두 번째 이혼소송 중…말다툼하다 살해

하지만 괴롭힘은 멈추지 않았다. 이후에도 그는 아내의 직장에 전화해 행적을 수소문하고 험담을 퍼뜨렸다. 지난해 초 뉴질랜드로 가족여행을 가서는 초행지에 아내만 남기고 이동하고, 추석 명절엔 아내와 상의 없이 자녀를 데리고 홍콩으로 여행을 갔다.

지난해 11월, 별거를 시작한 현씨는 아내와 딸이 함께 사는 곳에 찾아가 소란을 피우다 경찰로부터 퇴거 조치를 받았다. 당시 현씨는 딸에게 "가난한 엄마 집에 있으면 루저(패배자)가 될 거다"라는 취지로, 장모에겐 "이혼을 조장하지 말고 딸에게 참는 법을 가르쳤어야지"라는 식의 말을 했다고 한다.

다음 달 아내는 두 번째 이혼소송을 제기했지만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지난해 12월 3일 살해됐다. 사건 당일 현씨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딸이 소지품을 두고 갔다면 본인 집으로 오게 했다. 검찰은 현씨가 집으로 온 아내와 말다툼을 하다 쇠파이프로 아내를 가격하고 목 졸라 숨지게 했다고 보고 있다.

현씨는 범행 직후 소방서에 전화해 "아내가 머리를 다쳤다"고 신고했다. 소방대원들이 출동해 아내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한 뒤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결국 숨졌다. 금속 재질 둔기로 때렸다는 현씨의 진술과는 달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 결과 "경부 압박 질식과 과다 출혈로 인한 저혈량 쇼크가 겹쳐 아내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1차 구두 소견을 밝혔다.

이달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1부(부장 허경무) 심리로 진행된 첫 공판에서 현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과 접견했지만 증거와 수사기록을 확보하지 못했다. 공소사실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라며 혐의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2차 공판은 다음 달 28일 열릴 예정이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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