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신진서 vs 변상일, ‘명인전’ 결승 리턴매치…‘LG배’ 반상 혈투 '전운'
알림

신진서 vs 변상일, ‘명인전’ 결승 리턴매치…‘LG배’ 반상 혈투 '전운'

입력
2024.01.24 04:30
수정
2024.02.28 10:51
23면
0 0

‘LG배’ 기왕전 결승전 D-5, 팽팽한 긴장감
신 9단, 상대 전적 압도…3차전 승부는 ‘안갯속’
변 9단, ‘명인전’ 설욕 기회…13연패도 끊어야

지난해 12월 13일, 전남 신안갯벌박물관에서 벌어졌던 ‘제28회 LG배 조선일보기왕전’ 4강전에서 승리하면서 결승에 진출한 신진서(오른쪽) 9단과 변상일 9단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지난해 12월 13일, 전남 신안갯벌박물관에서 벌어졌던 ‘제28회 LG배 조선일보기왕전’ 4강전에서 승리하면서 결승에 진출한 신진서(오른쪽) 9단과 변상일 9단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지금까지 벌였던 세계대회 결승전보단 잘 두고 싶다.”(신진서 9단)

“마음가짐부터 바로 잡겠다.”(변상일 9단)

비장했다. 불과 한 달여 만에 잇따라 국내외 종합기전 결승전에서 만난 이들의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을 터였다. 새해 벽두부터 진검승부로 예정된 올해 첫 세계 메이저대회 결승전을 5일 앞두고 두 선수가 내비친 속내다. 이달 29일부터 3번기(3전2선승제)로 벌어질 ‘제28회 LG배 조선일보기왕전’(우승상금 3억 원) 결승전에 나설 이들의 출사표다. 지난달 16일 열렸던 ‘제46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우승상금 7,000만 원) 결승전(3번기) 맞대결에선 신진서(24) 9단이 변상일(27) 9단에게 2 대 0으로 승리하면서 우승컵을 차지했다.

두 선수에게 이번 LG배 타이틀의 의미는 상당하다. 우선, 49개월 연속 국내 랭킹 1위(24일 기준)를 질주 중인 신 9단 입장에서 LG배는 새해 장기 집권 여부까지 판가름할 첫 시험대다. 지난해에만 7개(응씨배, 명인전, 쏘팔코사놀 최고기사결정전, KBS바둑왕전, 용성전, 맥심커피배, YK건기배)의 우승트로피를 수집한 신 9단에게 올해 첫 메이저기전 타이틀인 LG배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변 9단에게도 이번 LG배의 가치는 각별하다. 현재 국내 랭킹 2위에 자리한 변 9단은 지난 명인전에서의 패배를 설욕할 기회인 데다 최근까지 신 9단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굴욕적인 13연패 사슬 또한 반드시 끊어내야 할 판이다. 무엇보다 바둑계 내에서 ‘저평가 우량주’로 알려진 변 9단에겐 자신의 가치를 한 단계 더 ‘빌드업’시킬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두 선수의 통산전적(23일 기준)을 살펴보면 신 9단이 774승1무208패(승률 78.7%), 변 9단이 689승304패(69.4%)를 각각 기록 중인 가운데 상대 전적에선 신 9단이 35승7패(83.3%)로 앞서 있다.

신 9단 “최종 3국까지 가면 승부는 장담 못 해”

지난 7일, 서울 성동구 마장로에 자리한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던 ‘2023~24 KB바둑리그’에서 만난 신진서(왼쪽, 킥스) 9단과 변상일(정관장 천녹) 9단이 대국 개시에 앞서 마주하고 있다. 바둑TV 캡처

지난 7일, 서울 성동구 마장로에 자리한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던 ‘2023~24 KB바둑리그’에서 만난 신진서(왼쪽, 킥스) 9단과 변상일(정관장 천녹) 9단이 대국 개시에 앞서 마주하고 있다. 바둑TV 캡처

신 9단은 객관적인 전력에선 압도적이지만 긴장의 끈을 풀지 않고 있다. “(아무래도 국내 형제대결이어서) 부담은 조금 덜하다”고 운을 뗀 신 9단은 “세계대회 결승이란 중압감이 있어서 대국 자체에 집중하고 싶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상대방에 대한 분석도 빼놓지 않았다. 신 9단은 “최근 가졌던 ‘춘란배’ 세계대회 결승에서 변 9단이 무결점 바둑을 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변 9단은 지난해 7월 열렸던 ‘제14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우승상금 약 1억9,000만 원) 결승전(3번기)에서 완벽한 반상 운영과 함께 중국의 리쉬안하오(29) 9단에게 2 대 0으로 승리, 생애 첫 메이저 세계기전 타이틀을 따냈다. 리쉬안하오 9단의 경우 천하의 신 9단이 현재 활동 중인 국내외 프로바둑기사 가운데 “다음 대국에선 최선을 다해도 질 수 있겠다 싶은 기사이다”라고 지목한 유일한 선수다. 신 9단과 리쉬안하오 9단의 공식 전적은 2승2패를 기록 중이다.

신 9단은 자신의 장·단점에 대한 진단서를 제시하면서 개선의 의지도 엿보였다. 신 9단은 “판단이 강하다고 생각하지만 복잡한 순간에서 실수가 자주 나오는 것 같다”고 짚었다. 신 9단은 특히 “(세계대회 결승 3번기에서) 최종국까지 갔을 때에 이겼던 기억이 없기 때문에 가능하면 2국 이내에 이겼으면 좋겠지만 최종국인 3국까지 간다고 하더라도 마음가짐을 잘 다듬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신 9단은 앞서 열렸던 ‘제1회 취저우 란커배 세계바둑오픈전’(우승상금 3억2,000만 원, 2023년 6월)에선 중국 구쯔하오(26) 9단에게 1승2패로, ‘2021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우승상금 3억 원, 2021년 11월)에선 박정환(31) 9단에게 1승2패로, ‘제1회 천부배 세계바둑선수권’(우승상금 3억2,000만 원, 2018년 12월)에선 중국 천야오예(35) 9단에게 1승2패 등으로 모두 무릎을 꿇었다. 신 9단은 끝으로 “남은 기간 동안, 컨디션을 끌어올려서 LG배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며 전했다.

변 9단 “(신 9단에겐) 약점이 도무지 보이지 않아”

지난 7일, 서울 성동구 마장로에 자리한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던 ‘2023~24 KB바둑리그’에서 승리한 신진서(왼쪽, 킥스) 9단이 변상일(정관장 천녹) 9단과 대국 직후 복기를 하고 있다. 바둑TV 캡처

지난 7일, 서울 성동구 마장로에 자리한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던 ‘2023~24 KB바둑리그’에서 승리한 신진서(왼쪽, 킥스) 9단이 변상일(정관장 천녹) 9단과 대국 직후 복기를 하고 있다. 바둑TV 캡처

바둑계 내부에선 이번 LG배에 대한 간절함은 신 9단보단 변 9단에게 더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당장, 지긋지긋한 천적관계의 재정립과 더불어 지난해 ‘춘란배’에 이어 2개 대회 연속으로 이어진 세계기전에서의 우승 기록까지 가져올 수 있어서다. 명인전에 대한 설욕전은 덤이다.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단 측면에서 변 9단에게 동기부여는 충분하단 얘기다. 변 9단의 반상스토리에 ‘전성기’ 그래프를 이어갈 호기가 찾아온 셈이다. 지난해 말 명인전 시상식 직후 만난 변 9단에게 “조만간 벌어질 LG배에서 이번 패배에 대한 빚을 갚아야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하겠다”고 힘주어 답한 배경도 이런 흐름을 염두에 둔 다짐으로 읽혔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이라도 하듯, LG배에 출격 대기 중인 변 9단은 진중했다. 변 9단은 신 9단에 대한 강점과 약점을 묻는 질문에 “강점은 모든 면이 강하다는 부분인데, 약점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신 9단과 비교해도 실력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선수인데, 운이 없어서 그동안 우승컵과 인연이 없었던 것 같다”는 일부 시각에 대해 변 9단은 “다들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라며 “신 9단이 훨씬 열심히 하고, 훨씬 뛰어나다”고 상대방을 추켜세웠다.

다만, 변 9단은 자신의 약점 보강에 집중해온 모습도 피력했다. 대국 도중, 중요한 순간에 평정심을 잃고 반상에서 갑작스럽게 보여왔던 ‘급발진’ 행마는 변 9단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됐다. 변 9단은 이에 대에 “요즘엔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잘라 말하면서 심리적인 안정감 회복에 주력해 왔음을 암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LG배에 대해 실력보단 반상 이외의 요인에 의해 향방이 결정될 수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전 바둑국가대표팀 감독으로, 현재 ‘2023~24 KB바둑리그’ 해설자인 목진석(44) 9단은 “객관적인 측면에서 앞선 신 9단에겐 최근 국내·외 각종 대국 참여로 드러난 체력적인 부분이 변수가 될 수 있다”며 “춘란배 세계대회 우승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변 9단에겐 그동안 열세였던 상대 전적에서 얻게 된 마음의 부담을 얼마나 덜어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허재경 선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