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SIS, 미·대만 전문가 87명 설문조사
"중, 전면 침공보다 봉쇄·격리 작전 펼 것"
대만에 '경제 보복'도 가시화... "특혜 중단"
대만 차기 총통으로 친미국·독립주의 성향인 라이칭더가 당선된 가운데, 중국이 대만에 대해 전면적 침공보다는 봉쇄·격리 작전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란 안보 전문가들 분석이 나왔다. 중국의 군사적 역량이 아직은 상륙 작전 등을 전개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미국 전문가 52명과 대만 전문가 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국의 대(對)대만 군사 전략' 설문 결과를 22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조사 결과, '중국이 대만을 효과적으로 침공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이들은 미국 전문가 중 27%, 대만 전문가 중 17%에 각각 그쳤다. 남은 대다수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군사적 능력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 전문가의 81%, 대만 전문가의 60%는 중국이 군 병력을 활용해 대만을 봉쇄할 역량은 충분하다고 봤다. 이번 조사에서 '봉쇄'는 "중국이 향후 5년 내 통일을 목적으로 군사력을 동원해 대만 섬을 포위하는 것"으로, '격리'는 "중국이 비군사적 행위자로 상업 경로를 억제하는 것"으로 각각 정의됐다. 대만을 군사적으로 점령하긴 힘들지만, 고립시킬 만한 힘은 갖췄다는 얘기다.
미 전문가 96% "대만 유사시 미군 개입"
미국의 군사적 개입이 없다는 전제하에 대만이 중국의 봉쇄를 버틸 수 있는 기간에 대해선 '1~3개월'로 예상한 응답이 30%로 가장 많았다. 대만은 에너지의 98%, 식량의 65%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국이 군사적 개입을 할 것"이라는 답변 비율은 미국 전문가 그룹에서 96%, 대만 전문가 그룹에선 72%에 각각 달했다. 다만 미국의 동맹국도 개입할 것이라는 관측은 양쪽 모두 60%(미국 전문가), 52%(대만 전문가)에 머물렀다.
중국이 대만을 향한 군사적 행동에 나설 시점에 대한 의견은 분분했다. 오는 5월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의 공식 취임 전에 중국이 대만해협 긴장감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내다본 미국 전문가 비율은 19%였다. 반면 대만 전문가 그룹에선 34%가 '그렇다'고 답했다. '중국이 라이 당선인의 정책을 지켜본 뒤 행동할 것'이라고 예상한 미국 전문가는 42%, 대만 전문가는 43%로 비슷했다.
중 "대만 농산물 34종 무관세 혜택 중단할 수도"
이런 가운데, 대만 총통 선거 결과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도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중국 국정 자문 기구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기관지 인민정협보는 최근 "빈랑(열대 과일)과 갈치 등 대만산 농수산물 34종에 부여하던 무관세 특혜가 종료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양안(중국과 대만) 간 자유무역협정인 '양안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이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탕융훙 샤먼대 대만연구센터 부주임은 "무역 문제는 양안 간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만 (라이 당선인이 소속된) 민주진보당은 대만 독립 입장을 고수하며 양안 협상의 기초와 ECFA 유지 조건을 훼손했다"고 매체에 말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도 23일 논평에서 "대만의 수교국이 한 자릿수로 떨어질 기미를 보인다"며 "민진당과 라이칭더 측은 민심과 대세를 꼼꼼히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국은 결국 통일될 것이고, 이 대세에 대항하는 사람은 짓눌려 산산조각이 날 것"이라며 대만 독립 노선을 포기하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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