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주식 시장이 연일 축포다. 2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3만8,001로, 2거래일 연속 신고가를 이어갔다. S&P500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3조 달러에 육박하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시가총액 1위 경쟁도 흥미롭다. 일본 닛케이225평균주가도 22일 34년 만에 최고치를 새로 쓴 데 이어 23일에는 한때 3만6,900선까지 돌파했다 보합세(3만6,517)로 마감했다.
미일 증시 호황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미래 성장 부문의 기업 혁신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에 따른 재평가 덕이 크다. 이런 기대감이 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가 상당 기간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이겨내고 있다. 생성형 AI 열풍으로 주목받는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만 20% 넘게 올랐을 정도다. 일본에서도 소니와 닌텐도 등 기술주가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증시는 정반대다. 지난해 2,655로 마감한 코스피 지수는 어느새 2,500선마저 내 줬다. 23일 다소 상승하긴 했지만 2,478로 끝나, 올 들어 7% 하락세다. 수년간 약세장인 중국 및 홍콩 증시와 같이 가는 모양새다.
수시로 변하는 주가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연초 북한의 도발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된 측면도 있다. 그러나 한국 대표 기업들이 혁신 경쟁에서 점점 밀려나고, 정부의 관치 그림자도 짙어지며 외국인이 떠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엔비디아 주가가 3년 새 6배로 뛰는 사이 삼성전자는 오히려 하락했다. 현대차의 전기차 전환도 더디기만 하다. 과감한 혁신보다 안주하는 경영을 한 탓이란 쓴소리가 적잖다. 은행은 이익을 내도 주주에게 돌려주긴커녕 정부 말 한마디에 상당액을 토해내야 한다. 포스코와 KT는 정권마다 전리품으로 여겨 흔드는 탓에 경영 공백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후진적 행태가 바뀌지 않는 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요원하다. 증시부양을 위해 세제완화 등 각종 개인투자 유인 정책을 쏟아내는 정부라면 중국을 떠난 외국인 투자가 한국 대신 일본으로 향하는 이유부터 따져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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