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에토, 동화집 '어떤 말'
"말이라는 건 무섭지만, 그래도 말이 없으면 진실을 알지 못한 채 끝나 버릴 때도 있는 것 같아. 우리를 얽매고 있는 말을 푸는 것도, 역시 말을 이용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기분이 들어."
어떤 말, '도미타에게 보내는 메일' 중에서
세상에는 사람만큼이나 무수한 말이 있다. 말 한마디에 얼마나 큰 힘이 담겨 있던가. 다정한 말, 힘이 되는 말, 내일도 또 듣고 싶은 말이 많아지면 세상도 살만 해지는 건 당연지사다. 일본 최고 권위 문학상인 '나오키상' 수상 작가 모리 에토는 동화집 '어떤 말'에서 말에 대한 여덟 가지 이야기를 전하며 말의 의미와 힘을 살핀다.
숲속에 사는 작은 아기 다람쥐부터 뜨끈한 목욕물에 몸을 담그고 노래를 흥얼대는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동물과 인물이 등장한다. 누군가는 말 때문에 속상해하고, 누군가는 말 덕분에 내일을 맞이할 힘을 얻는다. 어떤 주인공은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어서 끙끙거리고, 또 다른 주인공은 생각이 영글기도 전에 수다를 늘어놓는다. 할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신 뒤에야 고맙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후회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친구에게 모진 말을 듣고 속앓이 하다가 편지로 마음을 전하는 아이도 있다.
이들이 뱉거나 뱉지 못한 말로 전하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나쁜 말을 떨치고 싶다면 솔직하게 말로 풀어보라거나 "미안하다" 같은 중요한 말은 늦기 전에 해야 하고 대화를 할 때는 말의 한계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조언은 어른, 아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힘 있는 말'이다. 술술 읽히는 간결하고 쉬운 문장에 일본 유명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참여한 강렬한 삽화가 조응하며 보는 맛을 더하는 것도 이 책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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