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와 추억 함께 낚는 얼음낚시터 연일 만원
NYT “꼭 가봐야 할 아시아 축제 중 하나” 극찬
동물복지 논란 커지고 기후변화 대응 변화도 필요
지난 21일 오후 ‘2024얼음나라 산천어축제’가 절정에 달한 강원 화천군 화천천 얼음 낚시터. 짜릿한 손맛을 느끼려는 관광객이 축구장 8개가 넘는 6만1,654㎡(약 1만8,650평)의 얼음낚시터를 가득 채웠다. 2~4m 간격으로 뚫린 얼음구멍 곳곳에서 펄떡이는 산천어가 낚여 올라오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환호성을 질렀다. 낚시터 옆 봅슬레이(대형 미끄럼)와 집라인(zip line)에 몸을 싣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온라인판에 산천어축제를 올겨울 아시아에서 꼭 봐야 할 축제 5곳 중 하나로 소개하면서 "‘매년 강에서 산천어를 잡을 기회가 수많은 관광객을 대한민국의 끝에 위치한 이 추운 곳으로 불러들인다"고 찬사를 쏟아냈다.
세계적인 겨울축제 명성 확인
주말 폐막(28일)을 앞둔 화천 산천어축제에 10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면서 ‘밀리언 페스티벌’의 명성을 다시 확인했다. 화천군과 재단법인 나라는 지난 6일 개막 이후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이 130만 명에 달한다고 25일 밝혔다. 구제역으로 축제를 열지 못한 지난 2011년과 이상고온으로 얼음판이 내려앉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2021~2022년)을 제외하고 2003년 이후 15차례나 관광객 100만 명을 넘었다. 화천어축제는 매년 1,000억 원이 넘는 경제효과를 내는 것으로 평가된다. 화천군은 “기존 얼음낚시와 맨손 잡기와 함께 대형 눈 조각 전시, 에티오피아 커피 체험, 핀란드 로바니에미시 산타 초청행사, 파크골프 무료 이벤트 등 예년보다 다양한 즐길거리를 마련한 게 관광객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올해는 얼음조각 광장 (1,700㎡)에 등장한 경복궁 향원정과 광화문을 비롯해 △중국 만리장성 △독일 노이슈반스타인성 등이 발길을 붙들었다. 국내외 축제를 다수 연구한 이기원 한림대 데이터과학 융합스쿨 명예교수는 “화천이란 지역이 갖고 있는 청정자연 속에서 대도시 주민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얼음낚시, 각종 체험거리를 결합해 관광객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최근에는 미국 등 해외언론과 동남아시아 등을 겨냥한 홍보가 효과를 내며 세계적 축제로 한 단계 더 성장했다"고 평했다.
“동물복지·기후변화 대응 주문도”
화천어축제는 20년간 성공적 지역 축제로 자리매김했지만 도전도 거세다. 동물복지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지며 '동물학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기후변화로 겨울이 짧아지면서 프로그램 변화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축제 개막일인 지난 6일 39개 시민사회단체들은 화천군청 앞에서 맨손 잡기 프로그램 중단, 양식어류를 사용한 얼음낚시 프로그램 규모의 점진적 축소 등을 요구하며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지난 2020년 검찰이 “축제에 활용하는 애초부터 식용을 목적으로 양식된 점을 볼 때, 동물보호법에서 보호하는 ‘동물’로 보기 어렵다”며 시민단체 고발에 대해 각하결정을 내렸으나 논란은 거세다.
화천군은 "검찰의 판단과 국민 대다수의 입장 등을 볼 때 동물학대라는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며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외면하고 있지만, 동물권 보호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점점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 때문에 갈수록 얼음을 얼리는 일이 어려워지는 점도 문제다. 실제로 2020년 국내에서 가장 겨울이 길고 춥다는 화천에서도 얼음이 제대로 얼지 않아 산천어축제를 정상적으로 열지 못했다. 올겨울 인제 빙어축제가 취소되는 등 강원도 내 상당수 축제가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에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화천군 관계자는 “기후변화의 경우 결코 남의 일이 아닌 만큼, 체험 이벤트를 늘려 특정행사 의존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유승각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장 방향 전환은 어려운 일이지만 화천의 아이콘이 된 산천어가 주연이 된 스토리텔링, 식품 산업 유성, 관광이 유기적으로 맞물린 콘텐츠를 차근차근 도입해 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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