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고위급 가자 떠나면 휴전" 제안도
EU, 이스라엘에 '두 국가 해법' 수용 압박
"사우디 등 아랍 5개국, 평화 중재안 마련"
이집트 고위 관리 "하마스, 협상안 거절"
국제사회의 거듭된 휴전 요구에도 강경 모드로 일관해 온 이스라엘이 물밑에선 가자지구 전쟁 출구 전략을 고심하는 모습이다. 하마스에 붙잡혀 있는 인질을 전원 석방하는 조건하에 최장 2개월간 교전을 중단하는 협상안을 제시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하마스 고위급들이 가자지구를 떠나는 방안을 제안했다는 보도도 잇따랐다.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국내 여론이 갈수록 커지는 데다, 어느덧 100일이 훌쩍 지났는데도 '하마스 섬멸'이라는 목표에 접근하지 못한 채 끝없는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인질 단계적 석방, 최장 2개월 교전 중단"
22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인질 전원 석방-최장 2개월 휴전'을 골자로 한 협상안을 중재국인 카타르·이집트를 통해 하마스에 전달했다. 현재 가자지구에 억류돼 있는 인질 130여 명을 하마스가 단계적으로 풀어주면,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인 수감자도 일정 비율로 석방하겠다는 안이다.
액시오스는 이스라엘 당국자 2명을 인용해 "열흘 전 이스라엘 전시내각이 이 협상안을 승인했고, 하마스의 답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수일 안에 진전을 볼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낙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휴전 제안이 '종전'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6,000명 모두를 석방하는 것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물밑 협상 정황도 있다. 미국 CNN방송은 이스라엘 정보 관리 2명을 인용해 "하마스 고위 지도자들이 가자지구를 떠나는 게 이스라엘의 휴전 조건"이라며 "이는 광범위한 휴전 협상의 일환으로, 최근 한 달 새 최소 두 번 논의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다비드 바르네아 국장이 지난달 빌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모하메드 빈압둘라만 알타니 카타르 총리와 만났을 때 이런 제안을 처음 내놨고, 이달 초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카타르 도하 방문 때에도 다시 논의됐다고 한다.
다만 하마스의 수용 가능성은 적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23일 AP통신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이집트 고위 관리는 '완전한 휴전이 이뤄지지 않는 한 인질 석방은 없다'는 하마스 입장을 전달했다. 사실상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휴전 제안을 거절한 셈이다. 이 관리는 또 하마스 지도부가 가자지구를 떠나는 방안도 거부했다고 전했다.
물밑 외교전에도… 당장 휴전 가능성은 낮아
국제사회는 이스라엘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27개 회원국 외무장관 회의를 열고,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국가 건립을 전제로 하는 '두 국가 해법'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우리는 두 국가 해법으로 나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권 5개 국가도 별도의 평화 중재안을 마련 중이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역시 두 국가 해법이 토대다.
다만 막후 외교전에도 당장 휴전이 성사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에후드 바라크 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영국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권력을 유지하는 한, 이스라엘은 향후 수년간 가자지구 진흙탕에 빠져들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두 국가 해법을 줄곧 거부하고 있다.
게다가 확전 우려도 여전하다. 미국과 영국은 22일 예멘 친이란 후티 반군의 미사일 보관고와 발사대 등 8곳을 표적 공습했다. 홍해상에서 계속되는 후티의 서방 선박 공격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게 미국 국방부 설명이다. 하지만 후티도 물러서지 않고 있어 홍해 긴장은 더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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