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기 공급 이후 하루 포탄 사용량 역전
정확도 높은 북한 신형 미사일 주시하는 서방
지원 절실한 우크라… EU "전용 기금 조성"
북한산 무기 공급이 본격화한 후 러시아의 하루 포탄 사용량이 우크라이나보다 5배나 많아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북한 무기가 두 나라 간 전쟁에서 결정적 위협 요소라는 점이 새삼 확인되고 있다. 공급된 무기 중 가장 신경 쓰이는 건 북한산 미사일이다. 서방은 북한산 미사일이 전세를 결정할 만한 파괴력이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영국 무기감시단체 '분쟁군비연구소(CAR)'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무기를 분석한 결과 북한 무기 공급 이후 러시아의 하루 포탄 사용량이 비약적으로 늘었다고 평가했다.
최근 러시아는 하루 1만 발에 가까운 포탄을 쓰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5분의 1 수준인 2,000발을 발사하는 것도 버거운 상태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보다 훨씬 많은 포탄을 썼던 지난해 여름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크다. 우크라이나는 당시 하루 최대 7,000발을 쏜 반면 러시아는 5,000발가량 발사했는데 화력이 역전된 셈이다.
"미국·나토, 북한산 신형 미사일 가장 우려"
서방이 포탄보다 주시하는 건 북한산 신형 미사일이다. 공격에 사용한 건 탄도미사일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과 'KN-24(북한판 에이태큼스)'로 추정된다. 북한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공격에 쓰이면서 우크라이나도 더 많은 미사일을 사용하게 됐고, 그 결과 우크라이나가 무기를 빨리 소진하도록 만들었다는 게 CAR의 분석이다. 미국도 북한 무기가 러시아산만큼 정확도를 입증했다고 평가한다.
북한산 미사일이 전쟁에 투입된 건 지난해 9월 북러정상회담 이후다. 러시아는 지난해 말 이후 3차례에 걸쳐 우크라이나에 북한산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금까지 공급된 북한산 미사일은 50기 미만으로 적지만,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어 공급량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과 방북 일정도 조율 중이다. NYT는 "미 국방부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모두 가장 걱정하는 게 북한산 미사일"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취약한 상황에서 공급되는 점을 우려한다"고 짚었다.
헝가리, EU 지원 계획에 "동참 안 할 것"
북한산 무기 공급으로 전세가 역전된 만큼 서방의 지원은 더욱 절실해졌다. 하지만 진전은 더디다. 미국 의회에서는 여야 간 입장 차로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우크라이나 지원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유럽연합(EU)도 움직이기 시작했으나 계획대로 지원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EU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전용 기금을 만든 뒤 회원국들이 군수 물자를 공동 조달해 추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금 규모는 220억 달러(약 29조3,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1일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 지원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친(親)러시아 성향인 헝가리가 전용 기금 조성에 노골적으로 반대하면서 벽에 가로막혔다. 페테르 시야르토 헝가리 외무장관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무장관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무기를 지원하는 과정에 동참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다른 나라가 무기 지원을 결정해도 헝가리는 지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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