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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 확대 한 달… “아픈 아이 편히 진료” vs “처방약 찾아 삼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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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 확대 한 달… “아픈 아이 편히 진료” vs “처방약 찾아 삼만리”

입력
2024.01.24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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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사업 개선안 시행 후 이용자 증가
거동 불편 영유아·고령자 만족도 높아
환자 "약 수령 불편, 배송 필요" 주장
의료단체 "안전성 유효성 우려" 반발

비대면 진료. 게티이미지뱅크

비대면 진료. 게티이미지뱅크

의료 취약 시간대에는 초진 환자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의료계 안팎에선 여전히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환자들은 의료서비스 접근성과 편의성 개선에 만족감을 표하면서도 약 배송을 받을 수 없는 불편을 호소한다. 반대로 의사단체와 약사단체는 진료 안정성 문제와 약 부실 관리 우려를 제기하며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비대면 진료로 대면 진료를 보조해 일차의료를 강화한다는 제도 취지를 살리려면 좀 더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대면 진료 수요 급증… 처방 약 조제는 불편

비대면 진료 개선안. 한국일보 자료사진

비대면 진료 개선안. 한국일보 자료사진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보완 방안이 시행된 지난달 15일 이후 서비스 이용자 수는 대폭 증가했다. 23일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플랫폼 3개 업체(닥터나우 굿닥 나만의닥터)에 접수된 진료 요청 건수는 시행 첫 주인 지난달 15~22일 일평균 1,173건에서 한 달을 맞는 이달 8~14일 일평균 1,314건으로 늘었다. 시행 이전인 지난해 11월 1일~12월 14일 일평균 192건과 비교하면 7배 많다. 부득이한 진료 공백을 메운다는 정책 기대 효과와 부합하는 수치다.

그동안 비대면 진료는 동일한 병원에서 동일한 질환으로 대면 진료를 받았던 재진 환자에게만 허용됐으나, 보완 방안이 시행되고 있는 지금은 6개월 이내 대면 진료 경험이 있다면 질환과 무관하게 진료받을 수 있다. 평일 야간(오후 6시 이후)과 휴일(토요일은 오후 1시 이후)에 예외적으로 허용되던 초진 비대면 진료 대상도 전 연령대로 확대됐다.

영유아, 고령자 등 이용자들은 대체로 만족스러워한다. 두 돌 아이를 키우는 정소연씨는 “추운 날씨에 아픈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려면 매우 번거로운 데다 병원에서 또 다른 바이러스에 옮지 않을까 걱정돼 비대면 진료를 받았다”며 “진찰뿐 아니라 간단하게 치료 경과도 확인할 수 있어 편했다”고 말했다. 고령인 부모를 돌보는 한 이용자도 “처방전을 받기 위해 거동이 불편한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에 가려면 부모님과 자녀 모두 고생한다”며 “매번 직장에 휴가를 내기도 눈치 보였는데 비대면 진료가 큰 도움이 됐다”고 평했다.

물론 불만이 없지는 않다. 약은 비대면 조제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처방약을 받으려면 섬ㆍ벽지 거주자나 거동 불편자, 감염병 확진자 외에는 직접 약국을 방문해야 한다. 진료는 비대면으로 하면서 약은 방문 수령이 원칙인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플랫폼 업체들도 약 배송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40대 직장인 이선준씨는 “처방전을 팩스로 받지 않거나 처방약이 없는 곳들이 많아서 약국마다 전화 돌리느라 시간을 허비했다”며 “아픈 몸을 이끌고 약국에 가기도 힘들었다”고 꼬집었다.

의료단체는 반발… “공공 자원 활용” 대안 제시도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이 지난달 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폐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이 지난달 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폐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의료단체들은 비대면 진료 반대 입장을 풀지 않고 있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적용 대상을 확대하면 국민 건강을 해치고 플랫폼 업계의 배만 불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 등 5개 전문가 단체는 16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국민 건강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 가능성을 우려하는 각계 의견을 무시하고 있다”며 “무분별한 비대면 진료와 플랫폼 난립을 막기 위해 시범사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약사단체도 약 배송에 대해선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배송 과정에서 분실이나 오류, 변질의 가능성이 있는데도 엄격한 관리 체계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정확한 복용법 안내는 약사의 중요 업무인 만큼 부작용 발생 시 책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불안감도 감지된다. 한편에서는 약 배송이 허용되면 대형약국 체인이 등장해 동네약국의 생존이 어려워질 거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추세”라면서도 “과잉 처방 및 약 오남용 예방, 환자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차단 등 환자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 현장에서는 비대면 진료가 정책 취지대로 대면 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되도록 세부 내용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방문 재택 진료에 앞서 환자 상태 확인, 치료 경과 관찰, 검사 결과 통지, 완치 판정, 경미한 질환 진찰 등으로 비대면 진료에 제한을 두는 방안도 거론된다. 디지털에 취약한 고령자를 위해 전화 상담 활성화도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백재욱 서울 도봉구의사회 총무이사는 “공공의 도움이 없으면 취약계층은 의료서비스에서 소외되기 쉽다”며 “지자체와 보건소, 119, 경찰 등 사회기반시설을 비대면 진료에 활용해야 의료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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