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무실은 대통령 관저에 포함 안 돼"
집시법 시행령 개정으로 논란은 지속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반경 100m 이내의 집회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항소심 판단이 또 나왔다. 대통령집무실은 관저가 아닌 만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서울고법 행정6-2부(부장 위광하)는 참여연대가 용산경찰서를 상대로 제기한 옥외집회 금지 통고처분 취소 소송에서 24일 1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했다.
참여연대는 2022년 4월 대통령실 인근에서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시민사회의 요구 전달'이라는 명목의 집회를 개최한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집시법상 '대통령 관저'로부터 100m 이내에는 집회가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집회금지를 통고했다. 참여연대 측은 '대통령 집무실'은 '관저'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집시법상 '대통령 관저'는 대통령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주거장소를 가리킨다고 보는 게 문언의 통상적 의미에 부합한다"며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하는 대통령 집무실이 대통령 관저에 포함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집회의 자유는 국민의 집단적 의사표현을 보호함으로써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권이므로 절대적 집회 금지 장소를 확장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의사에 귀를 기울이며 소통에 임하는 것은 대통령이 일과 중에 집무실에서 수행하여야 할 주요 업무" "가변적인 필요에 맞춰 집시법을 해석하는 건 법적 안정성을 심히 저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 지양해야 한다"는 첨언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원심의 결론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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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100m 이내에서 집회를 허용하는 법원 판결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11월 "용산 집무실에는 침대와 화장실 등이 마련돼 있다"며 대통령 집무실의 '주거기능'을 강조한 경찰 측 주장까지 절대적 집회 금지의 근거로 삼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
그러나 집회·시위를 제한하는 도로의 범위를 집무실 앞 이태원로까지 확대하는 집시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해 10월 시행되면서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참여연대 측 법률대리를 맡은 김선휴 변호사는 "경찰이 대통령실 인근 집회와 관련한 소송에서 계속 지고 있는데도 법적 다툼을 이어나가는 건 표현의 자유 차단"이라며 "경찰이 집시법 시행령을 근거로 금지 여부를 결정할 때도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쪽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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