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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아빠의 '아빠'로 산 청년..."모두를 위한 돌봄을 위하여"

입력
2024.01.26 18: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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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현·홍종원 '우리의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 때'

서울 노원구 어르신돌봄지원센터 건물을 찾은 중증 시각장애인 이혜정(오른쪽)씨와 그의 활동지원사 백진씨.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노원구 어르신돌봄지원센터 건물을 찾은 중증 시각장애인 이혜정(오른쪽)씨와 그의 활동지원사 백진씨. 한국일보 자료사진

아버지가 쓰러졌다. 이혼한 가정에서 아버지의 유일한 보호자는 스무 살 아들. 혼자서는 아버지의 입원 수속을 할 수 없었다. 중환자실 입원비가 만만치 않아 만 24세 이상의 연대보증인이 있어야 했다. 아버지와 함께 일한 건설 현장 동료가 나섰다. 그렇게 아들은 사고 후 인지 능력이 떨어진 아버지 돌봄을 시작했다. 한때는 "내가 쓰러지든 아버지가 쓰러지든 한쪽이 쓰러져야만 끝날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우리의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 때'는 10여 년 동안 아버지를 홀로 돌보며 돌봄 청년 커뮤니티를 이끌고 있는 청년과 남의 집을 드나들며 방문 진료를 하는 의사가 돌봄을 주제로 나눈 대화의 기록이다. 사회가 져야 할 책임을 돌봄자에게 떠안겨도 되는지에서부터 돌봄을 어떻게 바라보고 확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담겼다.

조기현 홍종원 지음·한겨레출판 발행·356쪽·2만원

조기현 홍종원 지음·한겨레출판 발행·356쪽·2만원

돌봄 현장을 숱하게 목격한 두 저자에 따르면, 돌봄은 주로 아내, 며느리 등 중년 여성과 일자리가 불안정한 자녀의 몫이다. 사회적 약자들에 떠맡겨진 돌봄 현장은 그래서 위태롭다. 변화를 위해 책은 '돌봄인지감수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돌봄을 중심에 놓고 사회를 재구조화해야 한다는 것. 값싼 노력으로 쉬 폄하되는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끌어올리는 게 숙제다. 그래야 남성도 돌봄노동에 더 끌어들일 수 있다. 모두에게 돌봄이 선순환될 때 초고령사회에 미래가 있다는 진단은 시의적이면서 설득력 있게 들린다.

물론 모든 돌봄을 국가가 다 책임지기는 어렵기 마련. 지역에서 돌봄이 필요한 이의 위험을 감지하는 일자리를 만들고 그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제안을 비롯해 서로를 돌볼 수 있는 체계를 만들기 위한 고민과 대안이 구체적이면서 깊이 있게 다뤄졌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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