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 팬들 항의에 스위프트 검색 차단
나델라 MS CEO도 "놀랍고 끔찍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유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서 '테일러 스위프트' 검색이 돌연 차단됐다. 전 세계적으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고, 미국 시사주간 타임이 '2023년 올해의 인물'로도 선정했던 팝스타 스위프트의 이름을 검색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딥페이크(이미지, 목소리, 영상 등을 진짜처럼 합성하는 기술)로 조작해 낸 스위프트의 '가짜 음란 이미지'가 최근 며칠간 급속도로 퍼지면서 팬들 항의가 빗발치자, 엑스 측이 취한 긴급 조치였다.
27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 등에 따르면, 문제의 이미지는 지난 24일부터 엑스에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스위프트의 얼굴 사진을 나체 이미지와 악의적으로 합성한 것으로, 유명 웹사이트의 워터마크도 찍혀 있었다고 한다. 얼핏 보면 진짜 사진을 퍼 나른 것으로 오인하기 쉬웠던 셈이다. CNBC는 "가짜 스위프트 이미지를 게시한 계정은 엑스 측의 정지 처분 전까지 2,700만 회 이상 조회 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26만 회가 넘는 '좋아요' 반응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이미지는 즉각 '스위프티'로 불리는 스위프트 팬들의 분노를 불렀다. 팬들은 이 사진을 유포한 계정을 찾아 신고하는 한편, 게시글마다 '테일러 스위프트를 보호하라(Protect Taylor Swift)'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그럼에도 확산세는 멈추지 않았고, 결국 엑스 측은 스위프트 검색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조치했다. 엑스 관계자는 "(당사자와) 합의되지 않은 합성 이미지의 공유를 금지하고 있다"며 "검색 차단은 일시적 조치"라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밝혔다.
딥페이크로 조작한 유명인 이미지의 등장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 10월엔 할리우드 배우 톰 행크스가 젊은 시절 모습으로 치과 보험을 홍보하는 영상이 온라인에 퍼졌는데, 행크스가 직접 "나의 AI 버전으로, 나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조심하라"고 해명하는 일도 발생했다.
그러나 현재 세계 최고 인기 가수로 통하는 스위프트마저 매우 악의적인 방식으로 딥페이크의 희생양이 되자, 경각심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딥페이크 피해를 막는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엑스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 가짜뉴스 확산 때와는 달리 이번엔 비교적 이른 시점에 자발적 조치를 취하긴 했지만, 이 역시 임시방편일 뿐이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도 이날 스위프트 딥페이크 이미지 확산에 대해 "놀랍고 끔찍하다. 빨리 움직이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머스크가 'SNS 플랫폼도 (가짜 이미지) 확산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을 수용, 콘텐츠 조정 인력 100명을 신규 채용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앞서 엑스는 2022년 말 머스크에 의해 인수된 뒤, 직원 절반 이상을 내보내면서 콘텐츠 모니터링과 삭제 등 조치를 담당하던 팀을 해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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