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북부 병참 기지에 민병대 드론 공습
3명 사망, 부상 34명↑… 바이든, 보복 선언
공화 “이란 직접 때려야”… 고의 여부 관건
중동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 단체가 역내 미군 기지를 무인기(드론)로 공습해 미군 3명이 숨지고 30명 넘게 다쳤다. 친(親)이란 세력의 공격으로 미군이 희생된 것은 지난해 10월 7일 가자 전쟁 발발 뒤 근 4개월 만에 처음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즉각 보복을 선언했지만, 수위 조절에 실패해 전선이 확대될 경우 11월 대선을 앞두고 대형 악재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미군 대상 공격, 개전 뒤 160회 육박
바이든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낸 성명을 통해 “전날 밤 요르단 북동부 주둔 미군이 받은 공격이 이란의 지원을 받으며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극단주의 민병대의 소행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 친이란 무장 조직 ‘이슬라믹 레지스턴스’는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성명에서 “이라크에 있는 미군 점령군에 저항하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주민 학살에 대응하기 위해 4개 미군 기지에 드론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부상자가 최소 34명이라고 밝히면서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뇌 외상을 호소하는 부상자도 많았다”고 미국 국방부 관계자가 워싱턴포스트 등에 말했다.
사상자가 많아진 이유는 복합적이다. 공격이 가해진 ‘타워 22’는 병참 기지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 세력 이슬람국가(IS) 소탕이 임무인 인근 시리아 남동부 알 탄프 기지에 군수를 지원하는 게 핵심 역할이다. 시리아에는 미군 900명이 주둔 중이었다.
미국 싱크탱크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 앤드루 테이블러 선임연구원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타워 22는 (미국 동맹국) 요르단 내에 위치하고 있어 시리아에 있는 알 탄프나 다른 미군 기지보다 방어력이 약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병사 거주지에 공격이 집중됐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방공망까지 뚫린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희생자 발생은 시간문제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가자 전쟁 발발 후 친이란 무장 세력이 중동 주둔 미군과 연합군을 드론·미사일 등으로 공격한 횟수는 160회에 육박한다. 친이란 대리 세력 근거지와 공격 시설 등을 겨냥한 반격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박멸을 노리거나 이란을 직접 조준한 고강도 타격은 미국이 자제해 왔다. 확전을 염려해서다.
트럼프 “내가 대통령이면 공격 없었다”
이번 공격 후 바이든 대통령은 곧장 보복 의지를 천명했다. 성명에서 “우리가 선택하는 시기와 방식으로 이 공격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애런 데이비드 밀러 선임연구원은 “시리아나 이라크 내 이란 인력 또는 페르시아만에 있는 이란 해군 자산을 공격하는 방안을 이란 영토 공격 대신 고려해야 한다”고 WSJ에 말했다.
문제는 수위다. 당장 공화당에서는 강경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존 코닌 상원의원은 엑스(X·옛 트위터)에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와 그 정예인 쿠드스군을 때려야 한다”고 썼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조 바이든의 유약함과 굴종의 끔찍하고 비극적인 결과”라며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이런 공격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고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온적 대처가 초래할 비난 여론보다 확전은 현 정부에 더 치명적이다. 결국 이란의 고의성 여부 파악이 중요해졌다.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과 정보기관은 이번 공격이 분쟁 격화를 바란 이란의 의도적 시도인지, 아니면 이란 대리 세력들의 기존 공격이 우연히 더 치명적 결과를 불러온 것인지 파악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주유엔 이란 대표부는 요르단 미군기지 공격에 자국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공식 부인했다고 이란 국영 IRNA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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