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 '논란'에
의혹 제기 당사국 이스라엘은 '함박웃음'
끝 모를 전쟁... 인질 석방·휴전 협상은 계속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직원들이 가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뒤 후폭풍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이스라엘 우방국은 UNRWA 자금 지원을 줄줄이 끊고 있다. 반면 유엔은 자금 지원 중단이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민간인 목숨을 끊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눈엣가시' UNRWA 의혹 직접 알린 이스라엘
이스라엘 관리가 26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을 통해 "하마스의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관여한 UNRWA 직원 12명에 대한 정보를 유엔, 미국과 공유했다"고 밝힌 뒤, 유엔은 즉각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8일 "직원 12명 중 9명은 해고됐고, 1명은 숨졌고, 2명은 신원 파악 중"이라는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9일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UNRWA 직원들은 이스라엘에서 집단 학살, 민간인 납치에 가담한 것으로 이스라엘은 파악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줄곧 UNRWA를 못마땅하게 여겨왔다. UNRWA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후 시작된 1차 중동 전쟁으로 고향을 잃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지원하고자 이듬해 설립됐기 때문이다. 가자지구 내 UNRWA 직원 약 1만3,000명 중 대다수가 팔레스타인인이라 하마스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다고도 봤다.
자금 지원 중단 릴레이... 유엔 "비인도적" 호소
이스라엘이 UNRWA 직원의 하마스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마자 미국을 필두로 여러 국가가 UNRWA에 자금을 끊었다. 29일 기준 미국 호주 캐나다 영국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 핀란드 네덜란드 프랑스 일본 등 11개국이 UNRWA 자금 지원 중단을 결정했다.
문제는 UNRWA가 가자지구 민간인의 '생명 줄'이라는 것이다. 가자 전체 인구 약 230만 명 중 약 200만 명이 UNRWA가 공급하는 식량 등으로 연명 중이라고 한다. 이에 유엔은 연일 '자금 중단 결정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프란체스카 알바니스 팔레스타인 영토 내 유엔 특별 인권보고관은 "UNRWA 자금 지원 중단에는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집단 학살 혐의가 적용될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팔레스타인 측은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이스라엘을 향해 '집단 학살을 멈추라'고 명령한 날 UNRWA 직원의 하마스 연루 의혹이 터진 점에 주목하며 "이스라엘이 비난을 분산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 강경론 속… 인질 협상도 '계속'
이스라엘의 강경함은 전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 폭격 및 봉쇄로 가자지구 내 의료센터 22개 중 4개만 운영되는 등 인도주의 위기는 날로 악화하고 있다. 28일에는 '팔레스타인 주민을 추방하자'고 요구하는 극우 집회가 예루살렘에서 열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의 수확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근거지인 가자지구 내 땅굴 제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최대 80%가 여전히 기능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이스라엘·하마스 간 '인질 석방 및 임시 휴전' 협상 또한 아직 결실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하마스가 약 130여 명의 인질을 풀어주는 대가로 이스라엘은 1~2개월의 휴전을 수용하는 안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스라엘 총리실은 28일 성명에서 "(하마스와의 협상을 위한) 이스라엘·미국·카타르·이집트 4자 회의는 건설적이었다"며 "아직 견해 차이가 크지만 추가로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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