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사회갈등 조장형’ 총선 공약을 연달아 던지고 있다. 특정 세대나 연령층을 자극해 득표에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표 계산을 떠나 갈등을 조정·융합해야 할 정치 본연의 기능에 역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동시에 이 시대의 불편한 화두를 거침없이 던지는 행보 자체는 순기능으로 봐야 할 여지도 없지 않다. 두 측면 모두 우리 사회가 곰곰이 생각해 볼 대목인 것이다.
그제 내놓은 국방 관련 공약은 예상외로 파격적이다. 경찰·해양경찰·소방·교정공무원이 되려는 여성에게 병역을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해당 직군에 군 복무경험이 필요한지부터 의문이다. 과거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 채용시험 자격을 군필자로 제한한 것은 평등권 침해”라고 권고했고, 헌재는 군 가산점을 위헌으로 결정했다. 그런데도 외려 이런 이유로 젠더 갈등을 조장해 20·30대 남성 지지를 공고화하려는 공약이란 의심을 벗기 어렵다.
앞서 공개한 65세 이상 도시철도 무임승차 폐지는 이른바 세대 갈라치기 공약이다. 굳이 무임승차가 가장 많은 곳이 경마장역이라고 지목한 것부터 노인세대 반감을 불렀다. 공공교통 적자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는데 이를 노인 탓으로만 돌리는 인상을 준 것도 '이준석 정치'의 씁쓸한 장면이다.
하지만 두 문제의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리려면 "정치권에선 표 떨어지는 이야기가 될까 봐 논의를 주저한다"는 이 대표 주장을 있는 그대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가 거론한 화두는 사실 정부 여당이 먼저 공론화해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들이다. 병력 자원 감소만 해도 그 심각성으로 볼 때 병역제도 개선에 대한 어떤 아이디어도 원점에서 검토해 볼 수 있다. 국방부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고 했지만, 총선을 앞두고 중요 정책에 대해 찬반을 다퉈볼 기회가 언제 또 있겠나. 지하철 적자 문제 역시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상 65세 노인 기준이 지금도 적절한지 충분히 숙고해 볼 사안이다. 속이 들여다보이는 표 계산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공동체 미래를 위한 생산적 논의의 장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선 모두가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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