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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착취 사진 유포엔 단 몇 초, 범인 체포엔 1년"... 악질 추심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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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착취 사진 유포엔 단 몇 초, 범인 체포엔 1년"... 악질 추심의 공포

입력
2024.02.13 14:00
수정
2024.02.13 15:1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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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웃는 급전 대출]
경찰·금감원 신고, 피해구제 한계
유튜버에 사적 보복 부탁하기도
"수사·금융당국-국회-정부 힘 합쳐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아... 30만 원요? 그러게 애초에 왜 그런 데서 돈을 빌리셨어요."

추심 지옥을 견디다 못해 경찰서를 찾아 손을 벌벌 떨며 상황을 설명하는 김모씨에게 경찰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반면 김씨가 느끼는 고통은 극심했다. 추심업자들은 밤낮으로 직장 동료뿐 아니라 김씨 부모에게까지 연락해 김씨 험담을 해댔다. 눈 깜짝할 새 수천만 원으로 늘어난 빚은 김씨 숨통을 조였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경찰서를 찾았지만, 담당 경찰의 미온적인 반응을 보면서 김씨는 또 한번 절망해야 했다.

경찰이 열과 성의를 가지고 사건에 접근하더라도 괴롭힘은 끊이지 않는다. 불법 추심을 견디다 못해 경찰에 신고한 문모씨는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더 심한 괴롭힘에 시달렸다. 대포통장과 대포폰에 막혀 경찰이 피의자 특정조차 못하고 있는 사이, 문씨는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렸다. '신고하지 말걸'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경찰·금감원 찾아가도 '하세월'

금감원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 신고·상담. 그래픽=김문중 기자

금감원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 신고·상담. 그래픽=김문중 기자


불법 추심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건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답답함이다. 피해 사실을 털어놓기 부끄럽고, 범죄에 일조했다는 생각에 두렵다. 수사기관 등을 찾아도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무력감이 이들을 더욱 가라앉힌다. 경찰에 신고를 해도 바로 추심이 끝나는 건 아닌 데다 경찰이 일일이 대포통장·대포폰을 쫓는 동안 피해가 오히려 커지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최근 불법 대출·추심 가해자 일당의 첫 재판에 참석했다는 피해자 A씨는 "내 얼굴이 나온 나체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뿌려지는 데는 몇 초면 충분한데, 범인 잡는 건 신고부터 재판 시작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며 "이 과정을 견디지 못해 신고를 꺼리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했다.

금융감독원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엔 한 달 평균 1,000여 건이 접수된다. 제도 활용법, 경찰 신고 방법 등을 안내하고 경찰에 수사의뢰를 하기도 하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불법·영세 대부업체는 금감원 관할이 아니라 검사나 등록 취소 등이 불가능하고, 강제력이 없어 불법 추심을 당장 중단시킬 수도 없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그나마 도움을 체감하는 '채무자대리인 무료 지원' 사업은 예산 한계로 매년 조기에 종료되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가 추심 과정을 대리해 주는 이 법률 서비스의 지원 규모(매년 3,000~4,000건)는 연간 8만~10만 건에 달하는 불법 추심 피해 규모의 5%도 안 된다. 올해부터 금감원이 불법 대부 계약 무효화 소송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연간 목표가 10건 남짓이다.

사적 해결에 기대는 피해자들

이기동 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은 유튜브를 통해 불법추심 피해자들을 돕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이기동 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은 유튜브를 통해 불법추심 피해자들을 돕고 있다. 유튜브 캡처

길 잃은 피해자들은 결국 사적 해결 방법을 찾는다. 이기동 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은 "2021년 불법 사금융 피해 문제를 해결하는 영상을 처음 올린 후 지금까지 2,500여 명이 도와달라고 요청해 왔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이 공권력이나 공식 통로를 뒤로하고 이 소장을 찾는 이유는 '즉시 해결'이 가능해서다. 경찰 수사나 금감원 신고는 절차와 형식을 따라야 해 오래 걸리고, 그사이 피해자들은 계속 고통에 시달린다. 반면 이 소장의 윽박지르는 전화 한 통이면 당장 당일부터 협박 전화가 끊긴다는 게 피해자들 얘기다.

실제로 성착취 추심을 견디다 못해 이 소장을 찾았던 이모씨는 "가해자가 나중에 벌을 받는 것보다 당장 내 고통을 멈춰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다만 사적 해결은 지속적이지 않은 데다 합법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예방 위해 범정부 협업 필요"

지난해 11월 9일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 사금융을 척결하겠다고 발언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지난해 11월 9일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 사금융을 척결하겠다고 발언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범죄 엄단과 신속한 범인 체포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피해자들이 불법 대출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복지와 정책금융의 역할 역시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금감원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불법 대부업을 찾는 이유는 소액이라도 복잡한 절차 없이 바로 입금을 해 준다는 점"이라며 "신용이력이 없거나 저신용자라도 안전하게 소액대출을 받을 수 있는 서민정책금융 인프라가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주말이나 한밤중에도 급히 받을 수 있는 바우처 형태의 정책금융 서비스 등이 있어야 할 것"이라는 제안도 있다.

2022년 국무조정실 산하에 꾸린 '불법 사금융 척결 범정부 태스크포스(TF)'는 부처 간 칸막이를 더 허물어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불법 사금융 업자들을 단속하는 경찰과 대부업체를 감독하는 금감원·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법정이자 인상을 논의해야 하는 국회, 저신용자에게 사회안전망을 만들어 주는 정책금융 및 고용·복지까지 사실상 전체 정부가 함께 팔 걷고 나서 대처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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