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제 권역별 병립형 유력
연동형 지지 소수정당 반발 불보듯
"봉쇄조항 유지·선거비 보전만큼은"
비례대표 선거제 결정이 임박한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권역별 병립형제'로 무게 추가 기우는 모습이다. 극적으로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선거 득실을 감안할 때 '권역별 병립형제'로 회귀를 선택해야 한다는 '현실론'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다만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당 내부의 반대는 물론 소수 정당들의 반발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31일 국회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비례대표 선거제 결정 시기를 묻는 질문에 "이해관계도 있을 수 있어 신중하게 의견 수렴 중"이라며 "길지 않은 시간 안에 허심탄회하게 말씀드리고 대화할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총선이 70일도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비례대표 선거제에 대한 확답을 하지 못하면서 결정을 주저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권역별 병립형제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의석 확보에 유리할뿐더러 위성정당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제 논의에 관여한 민주당의 한 의원은 "당 지도부는 이미 권역별 병립형으로 의견을 정리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 대표가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은 당 안팎의 반발 때문이다. 외부적으로 정의당과 진보당,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주도하는 비례연합정당은 여전히 연동형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전국 단위의 선거구를 수도권과 중부권, 남부권 등으로 나누는 권역별 병립형제에서는 비례대표 의석 획득을 위한 최소 득표율이 현행 봉쇄조항(3%)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소수 정당들의 반발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권역별 병립형은 소수 정당 진출을 가로막고,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효과조차도 담보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소수 정당을 설득할 방안으로 최근 임혁백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은 각 권역 비례 의석의 30%를 정당 득표율 3% 이상을 얻은 소수 정당에 먼저 배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한 권역에서 비례의석이 15석이라면, 30%인 5석은 소수 정당 몫으로 보장된다.
재정상황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소수 정당들은 '선거비 보전'도 필수다. 소수 정당 관계자는 "작은 정당은 당선되는 권역과 그렇지 않은 권역이 있을 텐데, 만일 권역별로 선거비를 별도 보전할 경우 재정적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봉쇄조항도 현행 3%를 유지하지 않으면 소수 정당들의 존립 기반은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내부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중등록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로 동시에 출마해 지역구 선거에서 낙선하면 비례 의원이 될 기회를 주는 제도로, 80명에 이르는 연동형 지지 의원들 설득 카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이중등록제의 경우, 국민의힘 설득이 전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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