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첫 판결 이후 두 번째
총 108억 청구액 중 48억 인용
'한국판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라 불리는 부산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또 나왔다. 국가 배상책임이 처음 인정된 지난해 12월 말 선고 이후 두 번째다.
3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 서보민)는 형제복지원 피해자 김모씨 등 16명이 총 108억 3,000만 원을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청구액 중 45억 3,500만 원을 인용했다. 개인별로는 7,500만~4억 2,000만 원이다. 수용기간 1년당 약 8,000만 원을 기준으로 산정됐다.
형제복지원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내무부 훈령에 따라 부산에서 운영된 부랑아 수용시설이다. 이 시설 내에서 감금과 폭행, 성폭행을 비롯한 범죄와 가혹행위가 일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권위주의 정부 시절 국가권력이 법적 근거 없이 사회적 약자를 탄압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재판부는 이날 "원고들은 형제복지원에 수용돼 신체의 자유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당하였으므로 국가는 원고들에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위자료 산정 기준으로는 △상당수가 강제수용 당시 아동이었던 점 △35년 이상 장기간 배상이 지연된 점 등이 고려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21일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 배상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재판부 판단과 같은 맥락이다. 손해배상 소멸시효가 완성돼 배상할 수 없다는 정부 측 주장은 법원이 물리쳤다.
다만,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피해 회복이 바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법원의 첫 배상 판결 이후 법무부는 비슷한 취지의 다른 사건의 선례가 될 수 있어 상급심 판단을 받아야 한단 취지로 바로 항소했다. 피해자 측은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가 항소를 포기해달라"고 호소했다. 소송 당사자인 이향직 형제복지원 서울경기피해자협의회 대표는 "첫 선고 후 항소하겠다는 법무부 입장을 듣고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면서 "절대적 반인권국가임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해자 측 김건휘 변호사는 "국가가 법원의 준엄한 명령을 무겁게 받아들여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님을 새겨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