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고발 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검사장(대구고검 차장)에게 “검사가 지켜야 할 정치적 중립을 위반해 검찰권을 남용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2020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을 맡아 당시 야권 인사(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범여권 인사들(최강욱·유시민 등)을 고발하도록 고발장까지 써준 사건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임하던 시기 발생한 일로, 현 정부까지 이어지는 ‘검찰의 정치화’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31일 서울중앙지법은 손 검사장에 대한 1심 재판에서, 공무상 비밀누설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고발장 작성·검토를 비롯해 고발장 내용의 바탕이 된 수사 정보 생성·수집에 관여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이 사건은 검사가 지켜야 할 정치적 중립을 정면으로 위반해 검찰권을 남용하는 과정에서 수반된 것”이라고 질타했다.
쟁점이었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고발장 초안을 작성하고 전달한 것만으로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객관적 상황이 발생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지만, ‘고발 사주’의 실체는 완전히 인정됐다고 봐야 한다.
이 사건에 대한 사법부 판단이 갖는 의미는 무겁다. 검찰이 정치적으로 한쪽 편에 서서 상대편 인사가 수사받도록 하기 위해 고발장까지 써준 것은 심각한 ‘정치 중립 위반’과 ‘검찰권 사유화’이다. 부하였던 임홍석 검사가 고발장과 관련된 판결문을 검색한 것이 드러났는데도, 손 검사장은 “텔레그램 계정 해킹” 등을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만 하고 있다.
검찰 상부의 개입 의혹은 밝혀지지 않아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 여부는 의문으로 남게 됐다. 더구나 지난해 법무부는 피고인 신분이었던 손 검사장을 승진시키며 힘을 실어줬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검찰이 이 사건에 대해 사과하는 모습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이번 판결을 통해 확인된 상궤를 벗어난 검찰의 모습을 국민들이 어떻게 여길지 진지한 고민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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