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이브 헤즈볼라, 민병대 첫 작전 중단
공격 대부분 주도… 이란이 압력 넣은 듯
백악관 관리, 다단계·다수 공습 계획 시사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가자 전쟁 발발 이후 이라크와 시리아 주둔 미군 공격을 주도하던 이라크 내 친(親)이란 무장 단체가 미군을 겨냥한 군사 행동을 멈추겠다고 발표했다. 미군 3명을 숨지게 만든 요르단 미군 주둔지 공격의 배후로 지목되고 보복 방식을 결정했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엄포가 나온 직후다.
“이란, 잘 모르면서 더러 성전에 반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는 30일(현지시간) 성명으로 “이라크 정부를 난처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역내에서 미군을 상대로 한 군사 작전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카타이브 헤즈볼라는 2003년 이라크 전쟁 발발 이후 이란이 미군 축출을 위해 이라크 내에 조직한 단체로, 가자 전쟁 뒤 이라크·시리아 내 미군 시설을 대상으로 친이란 세력이 가한 160여 건의 공격 대부분을 도맡았다. 가자 전쟁 국면 들어 친이란 민병대가 작전 중단을 공개 선언한 것은 처음이다.
카타이브 헤즈볼라의 이번 선언은 ‘미국과의 충돌 격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려는 의도일 공산이 크다. 전날 사브리나 싱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미군 사망을 초래한 공격 주체에 대해 “우리는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지원하는 민병대라는 것을 안다. 카타이브 헤즈볼라의 흔적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 의해 책임론이 제기된 이란이 이들에게 압력을 가한 정황도 있다. 카타이브 헤즈볼라는 성명에서 “이란 형제들은 우리가 지하드(성전)를 어떻게 수행하는지 모르고 더러 이라크와 시리아의 미국 점령군에 맞서기 위한 압력 및 갈등 고조에 반대한다”고 했다.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아울러 미국 주도 국제군의 최종 철수 협상 착수를 추진 중인 무함마드 시아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가 공격받는 동안 협상하지 않겠다는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몇 주 전부터 민병대 활동 중단을 압박해 왔다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미국 국방부 “말보다는 행동이 중요”
미국 보복에 대한 공포도 요인일 수 있다. 백악관 공동 취재단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요르단 주둔 미군 공격에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했느냐’는 기자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지난 27일 요르단 미군 기지에 대한 무인기(드론) 공습으로 미군 3명이 숨지자 바이든 대통령은 이튿날 보복 의지를 천명하고, 그간 형태와 수위를 고민해 왔다.
이란 책임론도 언급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이 공격자들에게 무기를 공급한다는 점에서 난 이란에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 정부와 이 문제를 두고 직접 대화할 것이라면서 “중동에서 더 큰 전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난 그것(확전)을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보복이 어떤 형태로 이뤄질지에 대해 함구했지만, 미 백악관 당국자는 ‘다수의 공습’을 계획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단계별 행동을 할 가능성이 크다. 단 한 번의 행동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여러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카타이브 헤즈볼라의 군사 작전 중단 선언에 대한 미국 군 당국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팻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말보다는 행동이 중요하다는 것 외에 구체적으로 코멘트할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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