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 미국인 모녀·인질 유족들 손배 청구
"하마스 돈세탁 묵인해 납치·테러 희생돼"
이스라엘 전쟁 이후 피해자 첫 민사 소송
지난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억류됐다 풀려난 미국인이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과거 바이낸스가 하마스의 불법 돈세탁을 도운 결과, 납치·테러 범죄의 희생양이 됐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번 소송을 시작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피해자들의 소송전이 본격화할지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블룸버그통신·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미국인 주디스 라난(59) 가족은 지난해 10월 하마스에 억류됐다 살해된 인질 유족 등과 전날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바이낸스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당시 딸(17)과 함께 친척 방문차 이스라엘에 갔다가 하마스에 억류됐던 라난은 납치 2주 만인 지난해 10월 20일 인질 중 처음으로 석방됐다. 블룸버그는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촉발한 하마스의 대규모 납치 사태 이후 피해 관련 첫 민사 소송"이라고 전했다.
라난과 유족 등 원고 측은 바이낸스가 하마스의 돈세탁을 돕는 등 미국 테러방지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소장에 "바이낸스는 2017년부터 하마스 등 테러 단체들의 거래를 처리하는 등 이들에게 비밀 자금 조달 도구를 제공했다"며 "이를 통해 하마스는 폭력적인 공격에 자금을 대고, 공격을 수행할 대원을 모집할 수 있었다"고 썼다. 바이낸스가 테러 단체들의 거래를 금융 당국에 보고하지 않는 등 돈세탁을 묵인해 준 결과 하마스가 테러용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미 정부도 앞서 바이낸스가 하마스의 군사 조직 알 카삼 여단을 비롯해 이슬람 지하드 등 테러 조직은 물론 이란과 시리아 등 미국 제재 대상 국가의 비트코인 거래와 자금 세탁을 묵인했다고 봤다. 이에 바이낸스는 지난해 11월 혐의를 인정하고 미 정부에 43억 달러(약 5조7,000억 원)의 벌금을 물기로 합의했다. 이 일로 자오창펑 바이낸스 창업자도 당시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내놨다.
원고 측은 바이낸스 외에도 하마스의 군사 배후로 알려진 이란과 시리아도 피고로 적시했다. 이란과 시리아가 매년 하마스에 자금을 대주며 "테러의 주요 후원자"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다. 원고 측 변호인은 "테러방지법을 포함한 미 법률에 따라 인질 피해자들은 상당한 손해 배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며 "테러를 돕는 자는 누구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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