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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자격증 20개를 땄는데, 여전히 재취업이 어려워요”

입력
2024.02.05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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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 성취도 크지만, 한국의 중년은 격변에 휩쓸려 유달리 힘들다. 이 시대 중년의 고민을 진단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해법들을 전문가 연재 기고로 모색한다.

경제 : <8>중년 재교육, 생존의 문제

빅데이터 등 신기술의 등장
기존 업무방식 유효기간 짧아져
문해·융복합 교육으로 미래 대응

서울시 정보화 교육 과정 현황

서울시 정보화 교육 과정 현황

KBS ‘다큐멘터리 3일’이란 프로그램에서 ‘100세 시대의 화두, 행복한 어른으로 사는 법’을 본 적이 있다. 상담센터 앞에서 인터뷰한 남성이 기억난다. 퇴직 후 무엇을 할까 싶어 자격증을 땄는데 모두 소용없더라는 얘기였다. 제빵과 커피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지만, 젊은이도 갈 자리가 없는데 퇴직한 자신이 들어갈 일자리는 없다는 하소연이었다.

우리는 직업과 직무 수명이 빠르게 줄어들고 일자리의 형태가 다양화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곧 출시될 스마트폰에는 AI가 탑재되어 무려 13개 언어를 지원, 기본 전화와 문자 앱을 통해 실시간 통역통화(Live Translate)와 번역 채팅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여행자들의 환호성 뒤에는 통역이라는 일자리가 위협받는 상황이 씁쓸하다.

빅데이터 등 신기술의 등장으로 기존 업무 방식, 직무역량의 유효기간이 더욱 짧아져, 지금까지 축적한 역량의 절반 이상이 유효하지 않게 됐다. 중장년에게는 가혹하지만 냉정한 현실이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 다큐멘터리 속 남성분은 왜 그 자격증을 땄을까 생각해보자. 카페나 빵집 창업을 하려고 한 건지, 아니면 일단 가능한 자격증부터 따자는 심정이었나.

중년,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문해교육>이 필요하다

중장년들은 누구나 은퇴를 고민하고 인생 후반기 진로를 고민한다. 문제는 기술 발달로 인해 직업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에서 필요로 하는 <기본 소양>의 장벽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우리 모두 새로운 <문해교육>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여기서 <문해>는 단순히 문자를 익히고 글을 읽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문해교육의 범용이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넓어졌다. 중앙대 이희수 교수는 “모든 길이 문해로 통하는 시대”라고 말한다. 이 교수에 따르면 미디어에 접근할 수 있고, 작동 원리를 이해하며, 미디어를 비판하는 역량을 넘어 적절하게 생산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미디어 문해(media literacy)”, 디지털 플랫폼에서 명확한 정보를 찾고, 평가하고, 조합하는 개인의 능력은 “디지털 문해(digital literacy)”다.

디지털 문해(digital literacy)는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고 컴퓨터를 다루는 수준을 말하지 않는다. 스마트 기기와 소셜 미디어 활용을 넘어서 인터넷을 통해 영상 미디어를 소비·생산하는 능력, 디지털 기반의 생활 서비스(교통정보, 지도, 은행, 행정서비스 이용, 제품 구매 및 예약 검색)뿐만 아니라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활용, 건강관리, 온라인 경제활동 참여까지 연결되어 있다.

융복합 교육이 중년에게도 필요하다

복지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중장년 진입이 가능한 분야로는 케어코디네이터(통합돌봄 설계사), 음성해설을 제공하는 오디오 작가, 자립지원 전담 인력,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사, 웰다잉전문가, 트래블헬퍼(무장애 관광가이드) 등이 꼽힌다. 진입장벽이 낮고 삶과 죽음 등 생애 전반에 대한 이해와 철학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자리도 디지털 문해력이 필요하다.

중장년이 직업생활을 유지하려면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내가 지금까지 믿고 있던 가치관과 관행이 통용되는가, 선후배·동료·상사와 부하직원 등 대인관계 및 관리는 적절한가, 스트레스 관리는 잘 되는가 등이다. 세상과 사회가 달라지면서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전문 기술의 습득만이 아니다. ‘창의성, 뉴미디어 문해력 및 IT 활용력, 혁신, 다문화’ 등도 강화해야만 한다. 그런데 중년기는 경험과 축적된 지식이 새로운 지식의 습득을 방해한다. 때문에 자아와 세계에 대한 탐색, 정체성 확립과 관계에 대한 애착을 충족시키는 것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기계적 지식 습득은 중년의 배움의 길이 아니다. 사전 준비 없이 자격증 취득에만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

미래사회 대응 핵심 역량,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준비하자

“자격증 과정 이후 취업 성공 사례를 현실적으로 알고 싶습니다" "어렵게 도전했는데, 나이가 많다고 거절당하면 어쩌죠?" “취업 자격증 20개를 땄는데, 여전히 재취업이 어려워요”

이런 질문에 정답은 없다. 경력 전환 컨설턴트로서 필자의 조언은 이렇다. “준비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합니다. 직업적 가치를 우선으로 할 것인지. 수입(급여)을 우선으로 할 것인지요. 그리고 그 우선적 가치를 두고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관련된 업무에 이력서를 내거나, 혹은 부족한 분야를 더 배우거나 해야 합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고령사회가 중장년 세대의 눈앞에 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기 위해서는 계속 배우고 익히고 부딪치고 행동할 수밖에 없다. 중장년에게 배움은 더 이상 교양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황윤주(서울시50플러스재단 사업운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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