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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육가공공장 순직 소방관 "나는 소방과 결혼했다" 뼛속까지 소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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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육가공공장 순직 소방관 "나는 소방과 결혼했다" 뼛속까지 소방인

입력
2024.02.01 17:37
수정
2024.02.01 18:0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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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웃는 스마일맨… 투철한 사명감 유명
퇴근 후에도 로프 타기 등 개인훈련 몰두
빈소 차려진 문경장례식장에 조문 발길 이어져
동료소방관 지역주민에 유력 정치인들도

소방대원들이 1일 오전 문경 육가공 공장 화재현장에서 굴절차로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문경=정광진 기자

소방대원들이 1일 오전 문경 육가공 공장 화재현장에서 굴절차로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문경=정광진 기자

경북 문경시 육가공 공장 화재현장에서 인명 수색에 나섰다가 목숨을 잃은 두 소방대원은 평소에도 “소방과 결혼했다”고 말할 정도로 사명감이 투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순직한 두 명의 소방대원은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소속 김수광(27) 소방교와 박수훈(35) 소방사. 이들은 31일 오후 7시 58분쯤 인명수색을 위해 3층으로 진입했다 갑자기 불길이 확산하면서 대피하다 고립돼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소방교는 박 소방사보다 여덟 살 어리지만 선임이다. 2019년 공채로 임용됐다. 지난해에는 소방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어렵다고 소문난 인명구조사 시험에 합격해 구조대에 스스로 지원했다.

박 소방사는 특전사로 근무하다가 ‘사람을 구하는 일이 지금보다 큰 보람을 느낄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지난 2022년 구조 분야 경력경쟁채용에 지원해 임용됐다. 그는 이미 인명구조사 자격을 취득한 상태였다.

박 소방사와 소방학교 동기로 화재 현장에서 만난 김태웅(30) 소방사는 “수훈이 형과 김수광 소방반장은 항상 웃는 사람들로, 일과시간 이후에도 남아서 로프를 타거나, 장비를 로프에 묶어 옮기는 등 개인훈련에 몰두했다”고 회고했다. 김 소방사는 “수훈이 형은 특전사 전역 후 태권도 사범으로 활동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자 119구조대원으로 지원했다”며 “어제도 같이 출동했는데, 고립됐다는 소식을 듣고 무사귀환을 기도했지만 이제 웃는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하게 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 소방사의 특전사 선배인 한 소방관은 "군 생활을 마치고 2022년 임용된 박 소방사는 구조대를 자원할 만큼 투철한 애국심과 국가관을 가진 사람이었다"며 비통해했다.

순직한 두 소방대원은 모두 미혼이다. 두 사람은 평소 “나는 소방과 결혼했다”고 이야기할 만큼 조직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고 한다. 이들은 지난해 7월 경북 북부지역 극한호우 때 문경시, 예천군 실종 주민들을 찾기 위해 68일간 수색작전에 나서기도 했다.

경북소방본부는 순직 소방관들의 빈소를 문경시 문경장례식장에 마련했다. 구미가 고향인 김수광 소방교는 2층, 상주가 고향인 박수훈 소방사의 빈소는 3층이다. 빈소 입구에는 문경, 구미, 상주소방서 소방대원들이 정복차림으로 도열했다. 빈소에선 고인들이 부모와 누나, 여동생, 매형 매제들이 조문객을 맞았다. 비번인 동료소방대원들이 단체로 조문했다.

지역주민, 정치인들의 조문도 잇따랐다. 이날 오후 2시 30분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화재 현장을 둘러본 뒤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안내를 받아 순직 대원들을 조문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이어 오후 3시쯤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후 3시 30분쯤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조문했다. 이 경북도지사는 오후 내내 빈소를 함께 지켰다. 주민들의 조문행렬도 하루 종일 이어졌다.




문경= 정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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