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웃는 급전 대출]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쪼그라든 대부업
우수대부업자·서민정책금융 내놨지만
업계 "금리 상한 인상 없으면 유명무실"
"돈 빌려주는 곳이 여기밖에 없는데, 법정이자가 눈에 들어오겠어요?" 불법 대출을 받아봤다는 자영업자 김모씨는 연 수천%에 달하는 대출을 받은 이유를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쓰고 싶지 않아도 쓸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금융권에서는 신용 취약계층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게 된 배경에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2021년 7월 법정 최고금리를 24%에서 20%로 낮추면서 서민의 고금리 부담 경감을 취지로 내세웠지만 현실은 달랐다는 것이다.
기준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제도권 금융 마지막 보루인 대부업체의 조달금리도 덩달아 올랐다. 역마진 우려에 대부업체가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대출액과 이용자 수는 쪼그라들었다. 서민 입장에선 급전 창구가 막힌 셈이다. 결국 지난해 국내 1위 대부업체 러시앤캐시는 사업을 정리했다.
이에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우수대부업자' 제도 등 지원에 나섰지만 실효성은 낮다는 평가다. 요건도 까다롭고 은행들이 대부업체 대출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수대부업자가 은행에서 차입한 자금 잔액은 2022년 3월 2,100억 원에서 지난해 3월 1,460억 원으로 감소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리드코프 등 덩치가 있는 곳들도 우수대부업자 선정이 취소됐다"고 말했다.
1위 대부업체 러시앤캐시도 철수…"저신용자 돈줄 끊겨"
각종 정책금융이 대출자의 '급전'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이용자 수는 매년 늘어 지난해엔 약 16만 명이 상담을 신청했는데, 대응 인력 부족으로 평균 대기 일수가 18일에 달했다. 상품 종류가 많고 복잡한 데다 꼼꼼한 심사를 거쳐야 하는 점도 서민들이 '쉽고 빠른' 불법 대출의 유혹에 흔들리는 이유다.
결국 법정 최고금리 인상 주장에 힘이 실린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법정 최고금리 인상 방안을 조속히 논의하고, 시장 상황에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시장금리나 기준금리에 연동시키는 방식도 검토할 만하다"고 제안했다.
다만 정부와 국회는 최고금리 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인상을 추진해 왔지만, 국회와 대통령실 반대에 뜻을 꺾은 것으로 알려졌다.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금리 상한선을 올리는 건 정치적으로 부담이기도 하다.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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