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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규제 형식적 작동... 직원 교육, 적합성 원칙 확인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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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규제 형식적 작동... 직원 교육, 적합성 원칙 확인 강화해야"

입력
2024.02.06 13:00
수정
2024.02.19 12:3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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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재테크의 배신, ELS]
"설명의무, 적합성 원칙 안 지켜져
금융교육 강화 방안도 함께 찾아야"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관련 주가연계증권(ELS) 피해자 모임 관계자들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회의원들에게 보낼 탄원서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관련 주가연계증권(ELS) 피해자 모임 관계자들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회의원들에게 보낼 탄원서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투자성향 분석 이후, 상품 안내부터 최종 가입 확인까지 전 과정을 녹취했다. 가입하는 데만도 약 1시간이 걸린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관련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에 대해 주요 시중은행 설명을 종합한 것이다.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비예금 상품, 특히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에 익숙지 않은 은행 소비자를 위해 판매 문턱을 대폭 높였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은행의 비예금 상품 판매 절차는 '형식'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되풀이되는 대규모 손실 사태 속 '투자자 자기 책임 원칙'이 희석되지 않으려면 금융교육을 강화할 방안도 함께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ELS를 믿어서 권유? 이 역시 불완전판매 정황"

지난달 31일 서울 한 은행 영업점의 모습. 기사와 관계 없는 사진.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서울 한 은행 영업점의 모습. 기사와 관계 없는 사진. 연합뉴스

전문가들이 이번 사태 원인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은행의 설명 의무와 '적합성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적합성 원칙은 투자 목적, 재산 상태, 투자 경험 등에 비추어 적합한 상품을 권유할 의무 내지 적합하지 않은 상품을 권유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강병진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대부분의 투자자가 ELS의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채 투자했다고 주장하는 만큼, '왜 이들에게 ELS가 대규모로 판매됐는가'가 '문제'"라며 "이 문제가 '팩트'라면 적합성 원칙을 은행이 다소 간과한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은행원들이 정말로 ELS를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판매했다면, 그 또한 적합성 원칙을 전혀 고민하지 않고 판매한 증거"라고 덧붙였다. 같은 맥락에서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판매 직원이 상품 구조나 위험성에 대해 전문 지식이 부족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경제교육 강화, 언론의 상품 소개도 중요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결국 은행이 강화했다는 판매 절차의 실효성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자신의 지인도 예금이 만기돼 은행에 갔다가 ELS에 가입해 피해를 봤다며 "고객이 창구에 들어오면서부터의 전 과정을 녹취해 증거로 남기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통상 녹취는 실질적인 가입 권유 이후에 이뤄진다.

그 밖에 은행 차원에서 행할 수 있는 대안으로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에 과도한 성과보상 제한 및 사고 예방에 가중치(석 교수) △적합성 원칙 준수에 관한 영업점과 본점의 상호 확인(강 교수)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이 실장은 고객과 금융사의 정보 격차를 고려하면 "불완전판매에 대한 제재 수준1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첨언했다.

부동산, 미술, 음악 등 모든 것을 금융상품화하는 시대 속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석 교수는 "고등학교 경제 과목을 의무교과에서 빼 버린 것은 시대 역행"이라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언론의 역할을 당부하며 "짧은 분량이라도 펀드, ELS 같은 간접투자상품을 소개해 '고위험 상품이고 얼마든지 원금 손실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이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는 신중론이 제기된다. 펀드, 보험 등 다양한 금융상품이 활성화하고 경쟁력을 갖추려면 은행의 전국적 영업채널이 필요해서다. 강 교수는 "은행에서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교통사고가 많이 나니 도로를 없애자'는 것과 같다"며 "교통사고가 덜 나도록 신호체계를 교정하는 등의 보완책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편집자 주

한때 '중위험, 중수익' 투자처로 각광받던 국민 재테크 주가연계증권(ELS)이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급락으로 대규모 손실 사태의 중심에 섰다.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H지수 ELS 판매 잔액은 10조2,000억 원. 문제는 H지수 손실액이 원금의 절반인 5조~6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1일까지 한 달간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확정손실액은 3,700억 원을 웃돈다.
불완전판매 논란 속 '은행이 ELS를 원금 손실 없는 안전한 투자처로 포장했다'는 고객 주장과 '설명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는 은행 입장이 맞선다. 실제 판매 과정은 어땠을까. H지수 ELS를 직접 판매한 은행원과 투자자의 얘기를 통해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4년 만에 대규모 손실 사태가 재발한 원인과 대안을 살펴본다.

①ELS 판매 은행원 "고객도 은행도 '윈윈'하는 줄 알았다"
②"'원금 손실' 빨간 글자에 손사래 쳤더니... '형식적인 것'이라고 했다"
③"판매규제 형식적 작동... 직원 교육, 적합성 원칙 확인 강화해야"

1 제재 수준
금융소비자보호법은 불완전 판매에 대해 '판매 수수료의 최대 50%'를 부과하는데 비해, 해외에서는 소비자가 피해를 본 금액의 최대 3배를 벌금으로 부과한다는 것이 이효섭 실장의 설명이다.
윤주영 기자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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