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초중통합운영학교' 금오초중
'저출생+과밀학급' 해소 모델 실험
학폭 우려 불식... 배려·협동심 길러
수업시수, 교원자격 등 해결 과제도
어려운 부분은 언니들이 시범 연주를 해줘서 좋아요.
지난달 27일 오전 경남 양산시 금오초중학교 체육관. 언뜻 봐도 20~30㎝ 키 차이가 나는 언니, 오빠들 사이로 바이올린을 든 이서은(10)양이 진지한 표정으로 활을 옮겼다. 이양은 초등학생 17명, 중학생 32명으로 이뤄진 'GU팝스오케스트라'의 단원. 학년을 아우르는 지역 합주부로 여길 법하지만, 이들은 사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같은 운동장을 쓰는 한 학교 학생들이다.
매년 최저를 경신하고 있는 한국의 저출생 문제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덩달아 폐교도 급증하고 있다. 그렇다고 아이들 교육을 손 놓을 순 없는 노릇. 교육당국은 '통합'에서 해법을 찾았다. 금오초중의 다른 이름은 '통합운영학교'다. 각급 학교를 한데 모은 형태로 주로 개발로 인구가 빠르게 유입되는 지방 신도시에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 문을 닫는 학교가 속출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저출생 시대의 새로운 교육 모델이 될 수 있을지, 교육계는 통합운영학교의 실험을 주시하고 있다.
"언니·오빠 보고 따라 배워요"
지난해 기준 초·중통합운영학교는 전국에 68곳 있다. 2020년 3월 개교한 금오초·중은 경남 1호 '도시형 통합학교'다. 특수학급을 포함해 초등 30학급, 중등 22학급으로 구성돼 있다. 초·중학생이 운동장과 체육관, 급식실을 공유하며 같이 밥 먹고 뛰논다.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과목은 따로 수업하지만, 방과 후 프로그램 등은 함께 듣도록 해 통합 취지를 살렸다. GU팝스오케스트라도 그중 하나다.
양산시도 합계출생률은 0.82로 1명이 채 안 된다. 그런데도 새 학교를 만든 배경엔 의외의 '과밀학급' 현상이 있었다. 도시 개발로 학교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자 학교 신설 수요가 생긴 것이다. 문제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따로 짓자니 학령인구가 계속 늘어나리란 보장이 없다는 것. 결론은 통합교육이었다.
우여곡절이 없었던 건 아니다. 가장 큰 걱정은 나이 차이에서 오는 괴롭힘 등 학생 지도 문제였다. 성미경 교사는 "설립 초기엔 학교폭력 우려가 많았지만, 지금은 각급 학생들이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생각에 서로를 편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송주은(14)양 역시 "초등학생들이 보고 있으니 말과 행동을 오히려 더 조심하게 된다"며 "동생들도 우리를 크게 어려워하지 않는다"고 웃었다.
통합학교의 미덕은 협동과 배려의 가치를 스스로 깨우칠 수 있다는 점이다. 교사들도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해 각급 학생들이 조화를 이룰 수 있게 신경을 쓰고 있다.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을 지도하는 이채은(33) 강사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짝지어 연습하게 하는데, 어린 아이들이 어려운 부분을 알려주는 중학생을 잘 따라 보기가 좋다"고 했다. 박소윤(10)양도 "실수를 해도 언니들이 '나도 예전에 그랬어'라며 달래줘 위축되지 않는다"고 흡족해했다.
'통합교육' 자율 가로막는 조항 없애야
과제도 물론 있다. 통합교육의 특성을 극대화하려면 각급 학교의 교육시수 차이와 교원자격, 공간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단독 학교가 더 낫다'는 일부 학부모의 반대도 넘어야 할 산이다. 장영욱 금오초중 교장은 "각각 40분, 45분인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수업시수 차이 탓에 통합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전교생이 모일 마땅한 장소가 없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의 초·중통합학교에서 5년간 근무했던 A씨는 "초등·중등 교원의 자격이 달라 교차지도 역시 여의치 않다"고 설명했다.
저출생에 따른 교육 방식의 변화는 시대적 요구인 만큼 교육당국이 통합학교에 좀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각 시·도교육청이 수업시수나 교원자격 등 통합을 가로막는 조항을 개정해 학교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면서 "통합학교 초·중등 교원 간 교류를 활성화하는 것도 상호 이해도를 높이고 우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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