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세대엔 ‘그때 그 시절’, 자녀에겐 호기심 천국
고향 오가는 길에 가볼 만한 ‘우리 동네 레트로’
명절이면 어릴 적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한국관광공사가 고향 오가는 길에 정겨운 옛 시절을 돌아보고, 자녀에게 호기심과 흥미를 일으킬 만한 '우리 동네 레트로'를 2월 추천 여행지로 선정했다.
'작은 이태원' 동두천 보산관광특구와 동광극장
한국전쟁 이후 미군 2사단이 주둔한 동두천 보산동은 일찍부터 다문화가 공존해 온 곳이다. 외국인 전용 클럽과 빅 사이즈 의류 매장 사이로 소규모 공방이 옹기종기 밀집해 있다.
이탈리아, 러시아, 덴마크 등 여러 나라 작가가 수도권전철 보산역 교각과 거리에 그린 그라피티도 볼거리다. 보산동은 당대 뮤지션의 주요 활동무대이기도 했다. 두드림뮤직센터는 그 시절 음악의 자취를 살피고 LP 음악을 들으며 쉬기 좋은 곳이다. 보산역 1번 출구 동두천커뮤니티센터에서 관광특구 안내지도를 받을 수 있다.
인근 동광극장은 1980~1990년대로 시간을 되돌린다. 입구의 매점과 휴게실, 수족관이 예스럽다. 20여 년 동안 사용한 필름 영사기, 대한뉴스와 문화영화 자료들은 복고 감성을 자극하는 포토존으로 인기다. 지금도 운영 중인 전국 유일의 단관극장으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등장했고, 최근에는 god 멤버 박준형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에 소개되며 화제를 모았다.
까치발 건물을 아시나요? 태백 철암탄광역사촌
태백 철암탄광역사촌은 옛 탄광촌 주거시설을 보존한 생활사 박물관이자 1970~1980년대로 떠나는 시간 여행지다. 당시 호황을 누리던 상가 간판을 그대로 두고 전시 공간으로 꾸몄다.
‘페리카나’ 2층에는 돼지고기와 소주 한 잔으로 하루의 고된 노동을 털어내던 광부의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진주성’은 관광객 쉼터와 다큐멘터리 공간으로, ‘호남슈퍼’는 당시 선술집과 가정집을 재현했다. 옥상 전망대에 오르면 철암역두선탄시설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에서 보낸 원탄을 선별한 곳이다.
탄광촌 건물은 늘어나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증축을 거듭했다. 일부는 하천에까지 지지대를 세워 ‘까치발 건물’로 불린다. 하천 건너편으로 가면 보자기로 싼 도시락을 든 광부가 아이 업은 아내와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조형물이 보인다. ‘오늘도 무사히’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했을 가족들의 마음이 읽힌다.
젊은 공예가들이 재생한 부여 규암마을
부여읍내에서 금강 건너편, 규암마을에 들어서면 강둑을 따라 도로가 길게 나 있다. 드문드문 자리 잡은 상가는 겉보기에 허름한데, 내부는 예스러우면서도 세련되다. ‘책방세간’은 80년 된 담배가게를 재생한 책방이다. 드르륵 소리 나는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서면 담뱃갑 은박지를 연상시키는 홀로그램 벽면이 손님을 반긴다. 담배가게 주인 이름이 새겨진 문패와 금고가 그대로 있고, 담배 진열장은 책 진열장으로 바뀌었다.
공간 디자이너이기도 한 박경아 대표는 책방에 이어 오래된 건물을 헐지 않고 복원해 카페 수월옥, 음식점 자온양조장, 숙소 작은한옥을 만들었다. 네 공간을 연결한 ‘자온길’은 ‘스스로 따뜻해지다’라는 뜻으로, 인근 자온대에서 따왔다.
책방세간 옆 ‘부여서고’는 염색 장인 송성원 대표가 만든 생활소품 편집숍이다. 수제 소쿠리와 가방, 치미(장식 기와) 디자인을 접목한 문구류, 도자기 등이 눈에 띈다.
팔공산 산골 마을의 추억, 군위 화본역 주변
군위 화본역은 1938년 중앙선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군위에서 유일하게 여객열차가 정차하는 역이다. 옛 모습 그대로인 역사(驛舍)는 ‘네티즌이 뽑은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에 뽑혔고, 영화 ‘리틀 포레스트’와 다수 예능 프로그램에도 소개됐다.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설치한 높이 25m 급수탑과 산책로를 정비하고, 주말과 공휴일에 새마을호 동차를 활용한 레일카페를 운영 중이다.
‘엄마아빠어렸을적에’는 화본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2009년 폐교한 산성중학교 건물에 1960~1970년대 생활상을 재현한 농촌문화 체험장이다. 칠판과 책상, 오르간, 난로 등이 40~50대의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문방구와 만화방, 이발소, 구멍가게, 연탄가게, 사진관, 전파상 등도 재현했다. 옛날 교복 입기와 사륜 자전거 타기, 추억의 도시락과 달고나 만들기 등의 체험을 할 수 있고, 어린이를 위한 에어바운스와 꼬마기차도 운영한다.
추억 여행의 시작, 군산 시간여행마을
군산 시간여행은 군산근대역사박물관에서 시작한다. 일제강점기 수탈의 기록을 주로 전시하고 있다. 군산미곡취인소를 비롯해 임피역과 옥구농민항쟁 기록, 구마모토농장의 토지 목록, 창씨개명 호적 원부 등은 안타까운 역사를 되돌아보게 한다.
인근 호남관세박물관은 1908년에 세운 구 군산세관 본관이다. 고딕 지붕과 로마네스크 창문, 영국 스타일 현관 등이 이색적이다. 내부에 군산세관의 역사, 시대별 수출입 품목과 밀수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 뒤에는 같은 해에 지은 창고를 활용한 카페가 있다.
군산근대미술관은 일본제18은행 군산지점을 보수했다. 대형 금고가 있던 자리에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뤼순 감옥을 재현해 놓았다. 군산근대건축관은 1922년 건립한 조선은행 군산지점 건물이다. 한일강제병합 기념엽서, 금융자본을 수탈할 목적으로 강요한 애국저축통장 등 아픔의 역사를 전시한다. 군산항 구축 공사 때 만든 해망굴,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 초원사진관, 일본식 사찰 동국사도 군산 시간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명소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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