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 위기를 겪은 새마을금고의 건전성 감독을 위해 행정안전부와 금융위원회가 손을 잡는다. 두 부처는 어제 감독 사각지대에 있던 금고의 건전성 기준을 같이 만들고 정보를 공유하는 등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만시지탄이지만 환영할 만한 조치다.
지난해 뱅크런 사태는 금고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기업 대출을 급격히 늘린 데서 비롯됐다. 서민 금융기관이라는 정체성이 무색하게 기업대출 비중이 60% 가까이 치솟았고, PF 대출 잔액은 2년 새 5배 넘게 불었다. 연체율은 은행의 17배에 달했다.
한국일보가 시리즈로 보도한 ‘새마을금고의 배신’ 기획에는 이런 부실대출의 근원이 된 금고의 제왕적 이사장제 실태가 여실히 드러난다. 중앙회장 등과 특수관계의 회사들에 금고 돈이 최소 1조 원 이상 부당하게 투입된 정황이 포착됐고, 금고 돈을 횡령한 직원이 징계 직전 사표를 던진 뒤 선거를 통해 이사장에 당선돼 10년째 자리를 지키는 등 황당한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금융회사라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1983년 새마을금고법 제정 당시 여당(민주정의당) 원내총무였던 이종찬 광복회장은 본보 인터뷰에서 “당시 금고 감독권한을 내무부(현 행안부)에 쥐어준 판단을 후회한다”고 털어놨다. 당시엔 서민들에게 급전을 빌려주는 금고의 역할에 더 주목했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비리와 방만 경영에도 40년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10명 남짓한 행안부 직원들에게 1,300개 가까운 금고 감독을 통째 맡겨왔다는 것일 테다.
행안부와 금융위가 이제라도 감독 공조에 나서는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부처 간 칸막이가 여전한 상황에서 말처럼 협력이 제대로 될지 우려를 거두기 어렵다. 감독권을 유지해 영향력을 지키려는 행안부와 부실 회사 감독권을 넘겨받는 게 골치 아픈 금융위의 어정쩡한 타협일 수도 있다. 이번에도 말뿐인 공조에 그친다면 감독 권한을 금융위에 통째 이관하는 근본 수술을 더 미룰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것이 이 회장의 경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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