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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해외여행, 2명이라 1600달러 가방 면세라 생각하면 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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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해외여행, 2명이라 1600달러 가방 면세라 생각하면 오산

입력
2024.02.0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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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 한도 800달러이지만 '1인 1물품' 원칙
200만 원 넘는 가방, 시계엔 ‘사치세’도 붙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 박원희(가명·31)씨는 지난해 추석 연휴에 가족들과 함께 베트남 다낭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연휴에 연차까지 붙여 길게 해외여행을 다녀온 기쁨도 잠시. 박씨는 다낭에서 산 위스키 3병과 와인 1병, 면세점에서 산 고급 시계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아 세관 당국에 적발돼 세금 약 102만 원을 냈다. 박씨는 "가족 면세한도로 계산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문제가 없을 거라고 봤다"며 "가산세까지 붙어 오히려 더 비싸게 산 셈이 됐는데 앞으로는 잘 알아보고 신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 연휴를 맞아 해외여행을 가는 여행객이 크게 증가하는 가운데 여행자 휴대품 통관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세관당국에 적발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통관규정에 따르면, 해외에서 취득한 물품이면 무엇이든 과세 대상이다. 외국물품을 우리나라에 반입하는 것은 관세법상 ‘수입’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비행기나 국내 면세점에서 산 것도 해당되며 해외에서 구입, 기증, 선물받은 물건도 포함된다.

기본 면세 범위는 800달러(약 106만 원)이며, 이를 초과하면 금액에 따라 세율이 달라진다. 술과 담배, 향수 등은 별도로 면세 기준이 있다. 김두현 관세청 인천공항세관 여행자통관1과장에게 여행객들이 자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들어봤다.

인천공항세관 모습. 신고할 물품이 있으면 세관신고서를 쓴 뒤 이곳을 찾으면 된다. 조소진 기자

인천공항세관 모습. 신고할 물품이 있으면 세관신고서를 쓴 뒤 이곳을 찾으면 된다. 조소진 기자

-가족의 면세한도를 합산 받아서 세금을 좀 더 줄일 수는 없나
"안 된다. '물품 한 개에 한 사람' 기준이 적용된다. 부부가 여행을 갔다고 해서 가방 1개에 1,600달러까지 면세해 주지는 않는다."

-양주 1병과 맥주 1박스(24캔)를 샀다. 신고해야 하나
"신고해야 한다. 술은 2병(합산 2L 이하, 총가격 400달러)까지만 면세 처리된다. 캔도 포장 용기이고, 술 2병을 넘기 때문에 과세대상이다. 2L 이하 2병은 면세가 되며, 그 외에 대해선 전체 취득가격에 대해 과세하게 된다. 술에는 관세 이외에 주세, 교육세, 부가세 등이 부과되며 술의 종류에 따라 최종세율이 달라진다. 와인은 68%, 브랜디·보드카·위스키는 156%, 고량주는 177%의 세율이 적용된다. 맥주는 종량세 대상이라 용량당 세금이 부과된다."

-전자담배도 신고해야 하나
"기준을 초과하면 신고해야 한다. 궐련형 담배의 경우 200개비, 엽궐련은 50개비, 전자담배는 니코틴 용액 20ml(니코틴 함량 1% 이상은 반입 제한), 기타 유형은 110g까지 면세된다. 수량기준으로 가격 제한은 없으나 종류는 한 가지만 해당된다. 면세 범위 초과 시 관세,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지방세(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가 부과된다."

-향수 2병을 샀는데 100ml는 넘지 않는 것 같다
"향수 면세 범위는 100ml로 병수 제한은 없다. 100ml를 넘지 않는다면 관세와 부가가치세 등이 면제되며,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명품 가방, 시계는 ‘사치세’가 붙는다고 하는데
"200만 원이 넘는 제품에 대해선 ‘사치세’ 성격의 개별소비세가 붙는다. 품목과 금액에 따라 세율이 달라지니 ‘여행자 휴대품 예상 세액 조회 시스템’으로 미리 조회해 보는 게 좋다.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가방을 국내에서 샀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세관에 적발되면 여행자 스스로가 이를 증명해야 한다. 구매처에서 확인서 등 구매내역을 증빙하는 서류를 받아와야 하며, 그 기간 동안 명품 가방 등은 세관에 유치된다. 만약 거짓말을 한 게 들통나면 가산세까지 더 붙는다."

여행자의 휴대물품은 공항 엑스레이(X-ray)를 통과하게 된다. 이때 신고되지 않은 사치품이나 주류 등 물품이 포함된 경우 이처럼 노란색 자물쇠 혹은 노란 딱지가 붙게 된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여행자의 휴대물품은 공항 엑스레이(X-ray)를 통과하게 된다. 이때 신고되지 않은 사치품이나 주류 등 물품이 포함된 경우 이처럼 노란색 자물쇠 혹은 노란 딱지가 붙게 된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내가 쓰는 게 아니라 '선물용'으로 산 건데 신고해야 하나
"예외는 없다. 신고해야 한다. 물품의 처음 구매자가 누구였는지, 현지에서 누구 여권으로 면세 받았는지도 관련 없다. 들고 입국하는 사람이 목적과 관계없이 세관에 신고해야 한다."

-국내 면세점에서 산 물품인데 신고해야 하나
"전체 가격 합계액이 800달러를 넘으면 해야 한다. 출국 시 국내면세점에서 구매한 후 우리나라로 다시 가지고 오는 물품도 '관세 국경선'을 통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해외 현지 입국 시 세금을 납부했더라도, 다시 '관세 국경선'을 통과하면 우리나라 관세가 부과된다. 여행국의 면세한도를 초과한 국내 면세점 구매물품을 휴대해 여행국에 입국할 때는 ‘일시보관제도’를 이용해야 현지에서 세금을 내지 않는다."

-신고하지 않고 캐리어에 넣어 입국하면 어떻게 되나
"걸린다. 해외에서 쓴 카드내역 등은 관세청에 자동 통보돼 여행객이 입국하기 전 이미 세관이 파악하고 있다. 자진 신고 시엔 관세의 30% 감면 혜택(한도 20만 원)을 받지만, 신고하지 않고 적발되면 40% 가산세가 붙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제대로 신고하지 않으면 관세법상 밀수범에 해당돼 처벌받을 수 있다."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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