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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옥상서 떨어진 고드름에 차량 '파사삭'... 책임은 차주? 관리실?

입력
2024.02.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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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뒤 날 풀리며 고드름 낙하주의보
차주 "관리 부실" vs 관리실 "천재지변"
보험처리 갈등 되풀이, 절충 모색해야

한파주의보가 발령된 2020년 12월 서울의 한 건물 옥상에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류효진 기자

한파주의보가 발령된 2020년 12월 서울의 한 건물 옥상에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류효진 기자

입춘(立春)을 나흘 앞둔 지난달 31일, 서울 도봉구 한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둔 김모(37)씨의 차량 앞 유리가 깨졌다. 와이퍼 쪽 송풍구도 강한 충격을 받고 망가졌고, 보닛도 두 군데 정도 찌그러져 수리비 견적만 200만 원 가까이 나왔다. 질 나쁜 장난이라 생각한 김씨는 다급히 블랙박스를 돌려봤지만, 의외의 장면이 찍혀 있었다. 범인의 정체는 바로 고드름. 아파트 건물에 매달려 있던 커다란 고드름이 날이 풀리자 녹아 김씨의 차량을 직격한 것이다.

천재지변을 무를 순 없었지만, 그는 관리부실이라고 판단해 아파트 관리실에 보험처리를 요청했다. 그러나 오랜 실랑이 끝에 돌아온 답변은 "보험 접수 대신 수리비 일부를 주겠다"는 반쪽 보상뿐이었다. 관리실 측은 안전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김씨의 주장엔 선을 그었다.

지난달 31일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 건물에서 떨어져 나온 얼음덩어리가 김씨의 차량을 강타하는 장면이 블랙박스에 찍혔다. 독자 제공

지난달 31일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 건물에서 떨어져 나온 얼음덩어리가 김씨의 차량을 강타하는 장면이 블랙박스에 찍혔다. 독자 제공

고드름 낙하 피해가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2021년부터 3년간 1·2·12월에 고드름 관련 안전조치로 인한 119 출동 건수는 2,434건에 달했다. 올겨울처럼 한파가 끝나자마자 기온이 껑충 오르는 날씨가 반복되면, 고드름이 녹아 떨어지는 사고도 빈발하기 쉽다. 실제 2013년 1월 대전에선 50대 여성이 아파트 18층에서 떨어진 고드름에 머리를 맞아 숨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고드름 낙하 피해는 누가 보상을 해줘야 하는 걸까. 고의성이 동반되지 않은 사고인 만큼 책임소재를 가리는 일은 간단치 않다. 통상 지정주차구역에서 발생한 사고는 피해 사실을 알리면, 관리실이 아파트 명의로 가입한 보험에서 나온 보상금을 주민에게 전달한다. 이른바 ‘영조물 책임’ 때문이다. 법무법인 광야의 양태정 변호사는 "공간을 안전하게 관리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공간 관리 주체에 책임을 묻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지정주차구역이 아니더라도 단지 내 주차공간이 부족해 생긴 어쩔 수 없는 사고 등 불가피한 사정을 증명하면 일부 보상을 받을 여지도 있다. 정해진 절차 대신 조정을 통해 책임을 가리는 식이다.

고드름이 떨어진 충격으로 김씨의 차량 앞 유리에 일자로 금이 갔고(왼쪽 사진), 와이퍼 쪽 송풍구 근방에도 긁힘이 생기는 등 차체가 파손됐다. 독자 제공

고드름이 떨어진 충격으로 김씨의 차량 앞 유리에 일자로 금이 갔고(왼쪽 사진), 와이퍼 쪽 송풍구 근방에도 긁힘이 생기는 등 차체가 파손됐다. 독자 제공

다만 사고 원인이나 과정, 피해 정도가 제각각인 만큼 보상 조건에 딱 들어맞지 않을 때가 적지 않다. 피해 주민이 아파트 측과 직접 '교섭'에 나서야 하는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보험 청구를 요구한 김씨도 관리실로부터 "(보험처리를 하면) 보험료 할증으로 주민들의 관리비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압박을 받았다. 김씨처럼 보상 금액을 두고 관리실과 갈등을 겪는 사례는 온라인커뮤니티에 종종 올라온다.

김씨는 "고드름이 사람한테 안 떨어져 천만다행"이라면서도 "관리실 측도 어느 정도 안전주의 의무가 있는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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