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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못 가고, 갑질에 떠는 일 없도록... 노동전문가 189명 "직장인 위한 총선 공약에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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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못 가고, 갑질에 떠는 일 없도록... 노동전문가 189명 "직장인 위한 총선 공약에 관심을"

입력
2024.02.1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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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 노동·법률 전문가 대상
'직장인에게 가장 필요한 총선 공약' 설문
①노란봉투법 재추진 ②근로기준법 확대

건설업체 하청 노동자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건설업체 하청 노동자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병원에서 전산 유지보수 일을 맡고 있는 A씨는 하청업체 소속이다. 원청인 병원으로부터 ‘1주일에 3명 이상 휴가를 연달아 가지 말라’ ‘휴가를 갈 거면 인력을 채워놓고 가라’ 등의 ‘깨알 지시’를 듣는다. A씨는 “저희는 법정 휴가조차 수년 동안 다 사용하지 못했고, 미사용 연차수당도 받아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하청 노동자가 원청업체와 단체교섭을 할 수 있게 하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ㆍ3조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아, A씨는 권리 주장이 어려운 상황이다.

노동전문가, 비정규직 처우개선 1위 꼽아

법률ㆍ노동 전문가들이 4ㆍ10 총선을 앞두고 ‘직장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총선 공약’을 꼽은 결과 ‘노란봉투법 재추진’이 1위(66.1%)에 올랐다. 9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단체 소속 노무사ㆍ변호사 18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1인당 최대 5개 공약을 선택했다.

노란봉투법은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사용자 범위를 원청업체로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를 상대로 한 사용자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며 최종 무산됐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이 지난달 24일 CJ대한통운이 택배노동자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하며 재추진 동력이 확보됐다. 직장갑질119는 “실질적 지배력설에 따라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며 “원청 사용자가 하청노동자들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행사했다면 노조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져야 한다”고 했다.

소규모 기업의 직원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않아 '직장갑질'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소규모 기업의 직원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않아 '직장갑질'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갑질에 대응하도록… 근로기준법 전면 확대가 2위

#소규모 회사에 다니는 B씨는 직장 상사가 욕설을 하거나 책상을 내리쳐 유리를 깨는 등의 폭력적 상황에 노출됐다. B씨는 “심장이 두근거려 무서워 일을 할 수가 없지만 징계는커녕 격리조차 전혀 없어 회의실에서도 그 남자 상사가 제 바로 옆에 앉았다”고 했다. 이 같은 직장 폭력에서 B씨를 구하려면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

직장갑질119 투표 결과에서도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ㆍ특수고용 근로자 등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적용’(57.8%)이 2위에 올랐다. 현재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엔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연차휴가, 휴업 및 가산수당, 해고제한 등이 적용되지 않아 ‘인권 사각지대에 있다’는 비판이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단체는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노동자도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여당인 국민의힘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모두 근로기준법 5인 미만 확대 적용 정책을 약속한 바 있지만, 말만 무성할 뿐 별다른 진척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유권자가 투표함에 투표지를 넣고 있는 모습. 뉴시스

유권자가 투표함에 투표지를 넣고 있는 모습. 뉴시스


4월 총선 코앞… "직장인 필요 공약 꼼꼼히 살펴봐야"

전문가들은 또 △상시ㆍ지속 업무에 대한 비정규직 사용 금지 △연장근로 상한 주 12시간에서 주 8시간으로 단축 △체불임금 지연이자제 도입 △모든 일하는 사람 고용보험 가입 △포괄임금계약 전면 금지 △대표적 노조의 초기업교섭 제도화, 협약 효력 확장제도 도입 등을 직장인에게 필요한 노동 정책으로 꼽았다.

직장갑질119는 “노란봉투법 재추진, 상시지속업무 비정규직 사용 금지 등 비정규직 문제가 3개나 포함됐다”며 “노동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만난 사각지대 노동자의 고통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 단체는 “노동 부문에서 어떤 정당이 직장인들에게 꼭 필요한 공약을 제시하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이 공약들이 선거용 슬로건으로 활용되다가 버려지지 않도록 관심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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