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용 합병 대법도 인정... 바로잡겠다"
1심서 배척된 물증 증거능력도 다투기로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56) 삼성전자 회장의 1심 재판에서 전부 무죄 판결을 받아 '완패'한 검찰이 항소했다. 21만 쪽이 넘는 수사기록과 3년 5개월여의 재판에도 모든 혐의에 무죄 판단이 나와 "무리한 기소였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만, 재차 그간의 수사 및 재판의 정당성을 두고 다투겠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검은 8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19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13일까지 항소할 수 있지만 설 연휴를 고려해 선고 사흘 만에 항소를 결정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이 회장 그룹 지배권 승계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방침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두 회사의 합병은 경영상 필요에 의해 추진된 것이고, 설사 경영권 승계를 위해 추진했다 하더라도 주주에게 손해가 가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반면 검찰은 화학회사(제일모직)와 건설회사(삼성물산)의 결합인 만큼 경제적 시너지보다 이 회장의 지배권 강화를 노린 합병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당국 및 전문가들이 먼저 문제점을 지적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의혹 역시 항소심에서 다시 따져볼 계획이다.
검찰 항소의 기저엔 "(이 회장 측이) 합병을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했다"고 인정한 '국정농단 사건' 대법원 판결이 자리 잡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불법 경영권 승계에 관해선 기존 대법원 판례가 확립돼 있는데 이번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다"며 납득할 수 없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1심 재판부가 증거능력을 배척한 핵심 증거의 효력도 검찰이 항소심에서 다룰 주요 쟁점이다. 재판부는 검찰이 2019년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의 서버를 압수수색하면서 '범죄 혐의와 관련 있는 정보만 선별적으로 복제·출력해야 한다'는 원칙을 어겨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도 비슷한 이유로 증거능력을 부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라는 점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항소심에서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검찰은 무리한 공소유지로 기업활동을 제약한다는 비판 여론 등을 감안해 항소심은 보다 신속하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1심 판결까지 심리가 오래 걸린 만큼, 항소심에서는 공판준비기일부터 주요 쟁점과 법리를 중심으로 빠르고 효율적인 재판이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檢, '사법농단' 임종헌 판결도 항소
검찰은 이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등을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1심 판결 역시 법리 오해, 양형 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임 전 차장은 5일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사법행정권의 범위와 재판 독립 및 직권남용 법리에 관해 1심 법원과 견해차가 크고, 관련 사건의 기존 법원 판단과도 상이한 점이 있다"면서 "일부 유·무죄 결론을 나누는 기준도 통일적이거나 명확하지 않아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크다"고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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