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상황 발생 초미세먼지 농도 실측 결과
평균치는 환경부 '나쁨' 농도 기준의 94배
최고 측정값은 300배 초과, 소방관 건강 위협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은 일 평균 허용 수준의 100배에 달하는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진화·구조 작업 도중 안전사고뿐 아니라 발암물질 흡입으로도 건강에 위협을 받는 셈이다. 화재로 인한 고농도 초미세먼지는 불길이 꺼진 뒤에도 계속되는 것으로 조사돼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립소방연구원과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지난달 말 이 같은 내용의 ‘화재 현장 활동대원에게 노출되는 미세먼지 평가’ 논문을 발표했다. 화재 상황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 농도를 실측한 국내 첫 사례로, 연구진은 실제 공장 화재 현장 2곳과 재건축 다세대주택 등 모의화재 현장 2곳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측정은 소방 활동을 화재 진압, 진압 이후 조사 단계 등으로 세분화해 총 7회 진행했다.
12일 보고서 내용을 확인한 결과, 소방관이 화재 현장에서 노출되는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평균 3,306.9㎍/㎥로 측정됐다. 환경부 기준으로 대기 중 초미세먼지 농도가 일평균 35㎍/㎥ 이상이면 ‘나쁨’ 수준으로 분류되는데, 소방관은 이보다 농도가 94배 높은 초미세먼지를 들이마시게 되는 셈이다. 측정값 최고치(1만1,670.0㎍/㎥)는 초미세먼지 나쁨 농도의 330배가 넘는다.
연구진은 15분을 기준으로 노출 평가를 한 만큼, 화재 진압의 전 과정을 따지면 소방관의 초미세먼지 노출도는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화재진압대원은 공기호흡기를 착용해 호흡기관을 보호하지만, 큰불을 잡고 잔불정리 단계에 들어서면 불편함 때문에 호흡기를 벗는 것이 보통이다. 현장지휘관, 구급대원 등 애초 호흡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은 현장 인원 또한 고농도 먼지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
초미세먼지의 위협은 화재 진압이 끝난 뒤에도 이어졌다. 화재 원인조사 등이 이뤄지는 다음 날 현장의 미세먼지 노출 농도는 800~2,500㎍/㎥로 여전히 높았다. 서울의 재건축 다세대주택을 대상으로 한 모의화재 실험에서는 진화 후 원인조사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히 치솟기도 했다. 바닥에 쌓인 분진이 작업 과정에서 흩날린 탓이다.
연소 반응으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소방을 포함한 작업환경에 대한 미세먼지 노출 안전기준이 사무실 정도를 제외하면 전무한 상황이다. 사무실의 경우 고용노동부가 쾌적한 실내 공기질을 유지하려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8시간 평균 50㎍/㎥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관리지침을 마련했다.
연구진은 “화재 현장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에는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포함될 수 있다"며 "소방대원의 직무 및 화재진압 단계별로 엄격한 호흡기 보호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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