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개봉한 영화 '소풍'
주 타깃은 중장년층
실버 배우들이 이끄는 영화가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 7일 개봉한 나문희 김영옥 박근형 출연작 '소풍'이다. 주인공의 대부분이 젊은이인 이때, 다양성을 더하는 작품이 나왔다는 점이 반갑다.
'소풍'은 절친이자 사돈 지간인 두 친구 은심 금순이 60년 만에 함께 고향 남해로 여행을 떠나며 16세의 추억을 다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는 작품이다. 나문희가 은심을, 김영옥이 금순을, 박근형이 태호를 연기하며 노인들의 따뜻한 우정을 보여줬다. 장르물의 인기 속, 그간 액션을 소화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 영화 주인공을 맡는 경우가 많았다. '소풍'은 실버 배우들이 이끈다는 점에서 더욱 시선을 모으는 중이다.
베일을 벗은 '소풍'은 노인들의 아픈 현실과 고민을 담아냈다. 자식이 있어도 심리적 거리감이 느껴지고 몸도 말을 안 듣는 때, 잠시나마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고향과 친구의 존재는 이들에게 큰 힘이 됐다. 은심 금순 태호는 일상을 공유하고 서로를 지켜주며 함께했다. 실제로 노년기를 보내고 있는 배우들 또한 '소풍'의 이야기에 공감했다. 1937년생 김영옥은 인터뷰를 통해 "이 영화에 우리 이야기가 그대로 반영된 듯하다"고 말했다. 1941년생 나문희는 "관객들이 '소풍'을 보면 인생이 얼마나 길고 힘든지 알 것 같다"고 전했다.
김영옥 나문희까지 공감하게 만든 '소풍'은 개봉 첫날 2만 명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그러면서 박스오피스 성적으로 독립∙예술영화 1위, 한국영화 2위, 전체 3위에 올랐다. 젊은이뿐 아니라 중, 노년층까지 '소풍'을 보기 위해 극장가를 찾았다. 개봉 다음 날인 8일 CGV를 통해 공개된 연령별 예매 분포에서는 10, 20, 30, 40, 50대 중 50대가 38.1%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40대가 26.2%, 30대가 23.1%, 20대가 10.5%, 10대가 2%로 그 뒤를 이었다. 기자가 지난 8일 오후 직접 방문한 롯데시네마 은평점의 상영관에서는 손을 잡고 온 친구 사이의 중년 여성들, 노년의 아버지를 모시고 온 남성 등이 있었다.
'소풍' 측 관계자에 따르면 작품의 주 타깃은 중장년층으로 설정됐다. 그는 본지에 "노년층 관객분들은 본인의 이야기라고 느끼시는 듯하다. 배우분들도 연세가 있지 않나. 본인 나이의 연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감정이 담겼고 보시는 분들도 공감을 많이 하는 듯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영화에 삽입된 임영웅의 노래 '모래 알갱이'가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일조했다고 분석했다. 이 홍보 관계자는 "노년층이 극장가를 찾는데 임영웅 덕도 있다고 생각한다. OST가 팬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행사를 할 때마다 팬들이 오신다"고 말했다.
물론 노인의 이야기에 대한 수요는 '소풍' 이전에도 증명돼 왔다. 2014년 개봉했던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480만 관객을 동원했다. 국민 할배들의 골프 유랑기를 담은 '그랜파', 김영옥 나문희 박정수가 진심 어린 상담을 해주는 '진격의 할매' 등이 시청자들을 만나면서 실버 예능 열풍이 불어오기도 했다. 다만 긴 촬영을 노인이 버텨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 악인 등 자극적인 설정을 부여하기 어렵다는 걱정 속에서 많은 제작진이 노년층의 이야기를 담는 것을 꺼려왔다.
그러나 한국의 실버 배우들이 주목받고 있는 만큼 변화의 가능성도 존재한다.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은 '도그데이즈'를 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소풍'의 배우들 또한 연기력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연기를 향한 이들의 또한 남다르다. 지난해 남편상을 당한 나문희는 "집에 식구가 없으니 날개 달고 그 자리에서 연기하다 죽어도 되는 팔자가 됐다"고 말했다. 김영옥은 다시 태어나도 연기를 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중장년층과 노년층의 공감을 자아내는 '소풍' 같은 콘텐츠들이 지속적으로 탄생하길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