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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 최우선인 시대... 일 많고 돈 적은 '판사' 인재 찾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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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 최우선인 시대... 일 많고 돈 적은 '판사' 인재 찾기도 어렵다

입력
2024.02.1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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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확보에 고심하는 사법부 ②]
재판지연 풀려면 우수인력 확보 필수
기존 인재들은 처우 개선으로 붙잡고
신규 인력 유치 위해 급여 등 현실화

조희대 대법원장이 1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조희대 대법원장이 1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최근 사법부의 핵심 인재 이탈의 현실을 다룬 앞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국민들이 지금 법원에 절실하게 바라는 목소리를 헤아려 볼 때, 재판 지연 문제를 해소해 분쟁이 신속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사)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해 12월 취임사에서 '재판 지연' 문제를 사법부의 최우선 현안으로 제시했다. 재판 진행 속도를 높여 '제대로 재판 받을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법관 중심 조직일 수밖에 없는 사법부의 구조적 특성 상,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법관 수급 문제'에 손을 대지 않을 수 없다. 각종 당근을 동원해 기존 우수 법관의 이탈을 막고, 신규 법관으로 임용되는 인력들의 자질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빠르고 정확한 재판'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결국 '재판 지연 해결'과 '우수법관 수급'은 함께 풀어야 할 불가분의 관계. 갈수록 △돈(급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일과 삶 균형(워라밸)이 핵심 가치로 떠오르는 사회 분위기상, 사법부 역시 우수 인재 유지·유치를 위해선 이런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안 ① : 내부적 변화

우수한 법관의 이탈을 막고 나아가 유치하려면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는 제언이 지배적이다. 우선 내부적으론 지방 순환 근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컨대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젊은 법관 위주로 원하는 근무지에 머무르게 하고 △권역별로 판사를 뽑는 이른바 향판제도(지역법관으로 임용된 판사가 특정 고법 관할 안에서만 근무하는 제도) 부활을 검토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는 법관이 인근 법원에서 재판 사무를 처리할 수 있는 이른바 '스마트워크' 시스템 확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관의 '명예욕'을 고취할 방법이 고안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과거 고법 부장판사(차관급)처럼 승진 제도를 새로 만들어 내부 경쟁 체제를 확대하는 건 신중해야 하나, 어려운 재판을 맡은 법관에게 더 많은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는 공감대는 커지고 있다. 예컨대 형사재판부를 마친 법관은 다음 사무분담에서 상대적으로 선호되는 민사재판부으로 보내주거나 '안식월'을 보장하는 등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재판 지연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부터 합의부 부장판사 기간이 2년에서 3년으로, 배석판사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나는 만큼 인센티브의 필요성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법 판사의 경우에는 재판 외 업무를 하게끔 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고법 판사를 지법원장으로 보임하거나 행정처 또는 연구직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고법 판사 자체가 이미 승진으로 여겨지고 있는 만큼 혜택을 더 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앞에 있는 정의의 여신상.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앞에 있는 정의의 여신상.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안 ② : 외부적 변화

급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는다.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겠지만 결국 가장 강력한 유인책은 돈이라는 이유에서다.

신임 법관에게 요구하는 법조 경력을 '5년'으로 고정하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2029년부터는 법조 경력 10년 이상만 법관으로 임용되는데, 이렇게 되면 지원 문턱이 높아져 '젊은 우수 인재'가 법원으로 진입할 길이 막히게 된다. 김신유 춘천지법 영월지원장은 지난해 법조일원화 10주년 심포지엄에서 "(법조경력이 늘면) 법원으로서는 매년 필요 정원에 한참 모자라는 판사만 임용할 수 있거나, 아니면 선발 인원을 채우기 위해 할 수 없이 일단 (우수 인재가 아니라도) 임용해야 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며 "어느 쪽이든 대국민 사법서비스의 측면에서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법조일원화로 인한 '법관의 다양화'가 재판에 도움을 주는 측면도 분명히 있는 만큼 법조 경력을 줄이지 말아야 한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다만 이런 경우 법원 내에서 변호사를 평가하는 체계를 마련해 질이 떨어지는 법관 지원자를 거르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인력 증원 또한 대안으로 꼽힌다. 법관과 재판연구원(로클럭)을 늘리는 것이다. 재판연구원은 고법 또는 지법에서 3년간 재판장 등을 도와 새로 들어오는 사건 검토보고와 판결문 초고 등을 작성하는데, 현재 전국 350명에 불과하다. 법원장을 지낸 적이 있는 한 지법 부장판사는 "법관과 재판 연구원이 늘어나면 법관들의 업무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며 "소송은 당사자들의 운명이 걸려 있는 만큼 단 한 명의 판사가 실패하지 않도록 국회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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