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어제 고향인 부산에서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본인의 출마에 대해선 "의논해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4월 총선 출마를 공식화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 심판'이란 명분을 내세워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치적 면죄부를 받으려는 의도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 관련 재판에 대해 "최대한 법률적으로 해명하고 소명할 노력을 할 것"이라며 "안 받아들여진다면 '비법률적 방식으로 저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을 찾아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는데, 지난 8일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총선은 공복을 선출하는 기회다. 법정구속만 면했을 뿐 유죄 판결을 받은 개인의 명예 회복을 위한 자리로 활용돼선 안 된다. 조 전 장관은 재판에서 두 자녀 입시를 위해 불법과 반칙을 저지른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진지한 반성에 기반한 사과를 하지 않았다. 대국민 사과도 없이 극성 지지층의 정치 팬덤에 기댄 조 전 장관의 신당 창당에 야권에서조차 공명이 크지 않은 배경이다.
조 전 장관이 국회의원 배지를 단다고 해도 향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의원직을 성실하게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출마를 강행하는 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일인가. 2019년 '조국 사태'가 진영 대결의 골을 깊게 만들어 우리 사회에 크나큰 상처를 남긴 사실을 기억한다면 총선 출마가 아니라 자숙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번 총선에서 조국 신당과의 연대 여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재명 대표는 최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결정하면서 대선 공약을 파기하고 위성정당을 만들게 된 점을 사과했다. 4년 전 총선 당시 뭇매를 맞은 '꼼수 위성정당'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반윤석열 세력 결집'만을 위해 민주당이 주도하는 통합형 비례정당에 조국 신당을 참여시킨다면, 다양한 소수 정당의 원내 진출을 돕기 위한 준연동형제 취지를 또 한 번 퇴색시키는 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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