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대 돈 잔치' 미 대선 앞두고
고액 기부자 잡기 위한 구애 본격화
변호사 비용에 거액 탕진한 영향 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내 부호들을 잇따라 접촉하고 있다. 선거 과정에 쏟아부어야 할 재정 지원을 약속받기 위해서다. 이른바 '쩐의 전쟁'으로 불리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막대한 재산을 과시해 온 트럼프 전 대통령조차 실탄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선 셈이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8일 미 네바다주(州) 라스베이거스에서 '카지노 재벌' 미리엄 애덜슨과 비공개 만찬을 가졌다. 애덜슨은 재산이 350억 달러(약 46조 원)에 달하는 세계적인 거부다. 그의 남편이자 카지노 업체 '라스베이거스 샌즈' 창립자인 셸던 애덜슨(2021년 사망)은 생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대 후원자였다. 2020년 '트럼프 재선 캠프'에만 9,000만 달러(약 1,200억 원)를 기부했는데, 그의 사망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세상은 위대한 사람을 잃었다"는 성명을 냈을 정도였다.
'지상 최대의 돈 잔치'인 미국 대선에 있어 거액 기부자들의 소중함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누구보다 잘 안다. 2020년 대선 때 1조 원 이상을 썼는데, 올해 대선은 더 절실하다. 최근 들어 일주일에 최소 5시간은 기부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지갑을 열어 달라고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총 91개 혐의로 4건의 형사 재판에 넘겨진 그의 '사법 리스크'와 무관하지 않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가 지난해 모금한 정치 자금 중 5,000만 달러(약 660억 원)를 각종 소송의 변호사 비용에 썼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대세론을 굳히자 '큰손'들을 향한 구애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엔 미국 항공·우주산업 재벌 로버트 비글로의 자금 지원을 약속받기도 했다. 비글로는 공화당 경선에서 하차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에게 2,000만 달러(약 266억 원)를 기부했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지지 후보를 갈아탄 인물이다.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내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의 기부자들을 향해 "헤일리에게 기부하는 누구든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의미인 트럼프의 대선 구호) 캠프에 들어오는 게 영원히 금지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올 11월 재대결이 유력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뒤처진 곳간 사정이 영향을 미쳤다. 미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에 따르면 지난해 말 신고된 '트럼프 캠프'의 현금 보유액은 3,300만 달러(약 440억 원)다. 바이든 대통령 선거 캠프가 신고한 4,600만 달러(약 611억 원)를 크게 밑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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