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많이 버는 것보다 아껴 쓰는 게 낫다"는 '외벌이 아빠'의 경제 수업
알림

"많이 버는 것보다 아껴 쓰는 게 낫다"는 '외벌이 아빠'의 경제 수업

입력
2024.02.14 04:30
23면
0 0

[18년 차 은행원이 말하는 경제의 기본기]
'아빠의 부자수업' 낸 베테랑 은행원 최현진씨
"소비 성향 파악부터, 습관성 소비 줄여야"

입사 18년 차의 베테랑 은행원 최현진씨. 아들 또래 청소년들에게 경제의 기초를 쉽게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에 '아빠의 부자수업'이란 책을 펴냈다. 최현진씨 제공

입사 18년 차의 베테랑 은행원 최현진씨. 아들 또래 청소년들에게 경제의 기초를 쉽게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에 '아빠의 부자수업'이란 책을 펴냈다. 최현진씨 제공

“손흥민 선수는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리프팅(축구공을 떨어트리지 않고 공을 튀기는 기술) 같은 기본기 훈련만 했다고 하더군요. 저축, 투자, 재테크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려서부터 경제관념의 기본기를 다지는 게 중요합니다.”

입사 18년 차의 베테랑 은행원 최현진(45)씨. 자산 관리에 필요한 증권FP(금융자산관리사), AFPK(재무설계사), CFP(국제공인재무설계사) 등의 자격증을 가진 그는 국내 대형 시중은행의 서울 방배·분당 PB센터와 압구정 갤러리아 지점 등에서 근무하며 VIP들의 돈 관리를 오래 맡았다. 당시 부자들에게서 묘한 공통점 하나를 발견했다. 은행에 어린 자녀를 데려오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 알고 보니 자녀의 경제 교육을 위해서였다. 어려서 균형 잡힌 경제 감각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최씨는 바쁜 직장 생활 중 짬을 내 다음 카페나 블로그 등에 경제 콘텐츠를 연재했다. 때마침 돈에 대해 부쩍 관심을 보이는 어린 아들을 보니 글 쓰는 속도가 더 붙었다. 자녀 또래에게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경제의 기초 체력을 길러주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이 글들을 토대로 최근 ‘아빠의 부자수업’(오르트 발행)이란 책을 펴냈다.

부자가 되는 법이 궁금한 아들과 경제에 대해 알려주고 싶은 아빠의 대화로 구성된 책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지우야. 너 학원 쉬는 시간에 꼭 음료수 사 먹지? 그게 목이 말라서 사 먹는 거야?”

“그냥 애들이 먹으니 나도 사 먹는 거지. 다들 먹는데 나만 안 먹기도 그렇고.”

“그런 습관적인 소비를 찾아서 줄이는 게 핵심이야.”

최씨는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일단 습관성 소비를 최소화하는 게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선 돈의 흐름을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계부나 용돈기입장을 쓰라는 얘기다.

“월급은 들어오자마자 로그아웃된다고 많이 푸념하잖아요. 직장인들이 신용카드 청구서를 보며 ‘내가 언제 이렇게 많이 썼느냐’고 놀라지만 더 놀라운 건 뭔지 아세요? 하나하나 살펴보면 다 본인이 쓴 게 맞다는 겁니다. 언제 카드를 긁었는지 기억도 없는데 말이죠.”

최현진 지음. 오르트·292쪽·1만8,500원. 오르트 제공

최현진 지음. 오르트·292쪽·1만8,500원. 오르트 제공

최씨는 대학교를 다닐 때부터 꾸준히 가계부를 썼고, 결혼 후엔 매년 말 아내와 함께 한해 자산 현황을 정리한다. 꾸준히 기록을 하면 소비 성향이 파악되고, 불필요한 소비를 자연스럽게 줄여나갈 수 있게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맞벌이 부부가 대세인 시대에 최씨는 보기 드문(?) 외벌이다. 그는 스스로를 “많이 버는 것보다 아껴 쓰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낫다는 생각에 과감히 맞벌이를 포기한 외벌이 가장”이라고 소개한다. 이 역시 얼마나 버는지보다 어떻게 쓰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이번 책은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도록 최대한 쉽게 썼지만 경제의 기본기가 허약한 어른들에게도 좋은 길라잡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은행 업무를 하며 과도한 빚, 무리한 대출, 부실 투자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가운데 돈 관리의 기본 이치도 모르는 경우를 적지 않게 봤기 때문이다.

최씨는 “소비 성향을 모르면서 몇 년 뒤 차를 사고, 집을 사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건 칼로리 높은 햄버거를 먹으며 다이어트하겠다는 말과 똑같다”며 “사람들은 늘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까 궁리하지만 돈 문제의 대부분은 버는 돈보다 많이 쓰는 데서 생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태석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