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형 쇼핑몰 스타필드 수원·고양 가보니
집 앞 쇼핑몰 반색, 차량 정체엔 불편 호소
주말 교통난에 주민들 부글부글
전문가 "대중교통 활성화해 차량 정체 줄어야"
“집 밖에 나갔다가 혼쭐이 났습니다.”
지난달 26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에 개장한 복합쇼핑몰 신세계그룹 스타필드 수원(연면적 33만1,000㎡). 개장 후 세 번의 주말을 겪은 인근 아파트의 주민 50대 이모씨는 13일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씨는 “첫 주말 때는 화서역에서 스타필드까지 인도 300m 구간이 인산인해를 이뤄 이곳을 지나는데 평소보다 3, 4배 더 걸렸다”며 “횡단보도에는 신호가 바뀌어도 건너지 못한 사람들이 차들과 뒤엉켜 위험천만했다”고 말했다.
도심 한복판에서 젊은 세대를 겨냥하는 이른바 2세대 콘셉트를 앞세워 개장한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 수원. 주민들은 집 앞에 들어선 초대형 복합쇼핑몰을 반기면서도, 예상을 뛰어넘는 교통난에는 혀를 내둘렀다. 이모(40·주부)씨는 “걸어서 대형 쇼핑몰을 이용할 수 있게 돼 편리해진 건 맞다”면서도 “주말이면 스타필드 방문 차량들로 집 주변 도로가 꽉 막혀 외출을 포기할 정도”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평일인 지난 5일 찾은 스타필드 주변 도로에는 평일 낮 시간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차량이 꼬리를 물고 있었다. 화서역을 끼고 있는 왕복 8차선 덕영대로에서 스타필드로 향하는 800m 구간엔 차량이 몰리면서 신호가 바뀌어도 옴짝달싹 못 하는 차량이 도로 한복판에 뒤엉키기도 했다. 정자3동 천천고등학교 방면에서 스타필드로 우회전하는 구간과 스타필드를 면한 수성로에도 정체 현상이 이어졌다. 대로변 교통정체 여파는 주택가 이면도로까지 이어졌다. 현장 교통경찰은 “방문 차량이 늘어난 데다, 기존 편도 3차선 중 1개 차로가 스타필드 진출입로로 사용되면서 정체가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스타필드 수원은 개장 후 첫 일요일인 지난달 27일에만 14만251명이 다녀가는 등 개장 후 열흘간 방문객은 90만 명에 육박했다. 설 연휴기간에도 하루 평균 10만 명 가까운 인파가 몰렸다.
차량 정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수원시 교통정보센터에 따르면, 스타필드 앞 수성로 1㎞ 구간(정자사거리~화산지하차도)의 차량 통행량은 스타필드가 개장한 후 주말 기준 12% 늘었다. 현장에서 체감되는 정체는 수치보다 더욱 심각하다. 해당 구간의 경우 스타필드 개장 전에는 주말에도 1~2분이면 지났으나 개장 직후엔 10~30분 정도 걸리고 있다. 개장 첫날 수원점과 도보 7분 거리의 지하철 1호선 수원화서역의 유동인구도 평소(일 1만 명)의 6배인 6만 명까지 늘었다.
배모(51·부동산업)씨는 “스타필드 반경 500m 내에만 1만 가구가 넘는데 스타필드 개장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주말은 외출 안 하고 버티면 되지만 평일 퇴근시간대까지 차량정체가 이어진다"고 불편함을 호소했다. 스타필드 개장 이후 수원시에 교통불편 등을 호소한 민원도 수십 건에 달한다.
수원시는 도심형 스타필드 개장에 맞춰 교통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김호일 수원시 교통정책과 팀장은 "교통신호체계와 노면 색깔 유도선을 표시해 목적별 통행 차량을 분리하고, 혼잡구간에는 모범운전자회 등의 인력을 배치해 소통을 유도하고 있다”며 “교통 대책 이후 수성로와 덕양대로 등의 정체 현상은 크게 개선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17년 고양시 덕양구 삼송동에 문을 연 스타필드 고양(36만4,000㎡)의 주변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스타필드 고양은 당초 도심 외곽 복합쇼핑몰로 지어졌으나, 개장 이후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현재는 반경 500m 이내에 5,000가구 이상 주택이 들어서면서 도심지형 쇼핑몰로 바뀌었다.
지난달 2일 찾아간 스타필드 고양 진입로는 평일 대낮인데도 차량이 꼬리를 물고 있었다. 인근 아파트 주민인 최모(40)씨는 “개장한 지 6년이 넘었는데, 주말이면 차량 정체 때문에 10분 걸릴 거리가 30분 이상 걸린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로 차량 정체 현상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호 한국교통연구원 철도교통연구본부장은 “도심지에 들어서는 대형 쇼핑몰을 지을 때는 교통영향평가 단계부터 자가용 이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철도 역사 및 버스 이용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향후 도심형 쇼핑몰의 경우 철도 이용이 편한 환승역 인근에 짓도록 유도해야 주민 피해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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