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다음 주로 예정된 해외 순방을 전격 연기했다. 취임 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특히 외국 정상을 가장 극진하게 예우하는 국빈 방문이 포함돼 있는데도 일정을 돌연 취소했다. 대통령실은 '민생'을 강조하며 불가피성을 설명했지만, 명품백 의혹을 비롯한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4일 대통령실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18일부터 독일과 덴마크를 연달아 방문할 계획이었다. 독일은 국빈 방문, 덴마크는 공식 방문 형식으로 잡고 상대국과 세부 일정을 조율해왔다. 독일의 경우 '강소기업 협력' 등의 경제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대규모 경제 사절단을 꾸리며 사전 준비가 한창이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여러 요인을 검토한 결과 순방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전날 결정하고 독일과 덴마크 측에 양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첫 해외 순방부터 틀어진 셈이다. 취임 후 16차례 해외 순방에 나섰지만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부친상을 치른 직후 한미일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행 전용기에 오를 만큼 정상외교에 공을 들여왔다.
대통령실은 순방 연기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국내 민생 행보 일정을 더욱 늘리기 위한 차원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독일·덴마크와의 경제 협력 강화와 일자리 외교도 중요하지만, 지난해 11월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윤 대통령의 잦은 순방에 대한 국민적 피로도가 높아졌다는 지적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총선용’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전국을 돌며 ‘민생토론회’를 주재하는 최근의 행보와도 무관치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의사단체의 총파업 가능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장기간 자리를 비우는 것에 따른 부담감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사단체의 총파업은 정부의 최대 과제이자 고비”라고 말했다.
이 같은 해석에도 불구하고 결국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이 발목을 잡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이 설 연휴 직전 녹화 대담을 통해 직접 입장을 밝히고 사태를 일단락 지으려 했지만, 순방을 계기로 김 여사가 전면에 등장한다면 관심이 다시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빈 방문을 윤 대통령 혼자 떠나는 것은 더 어색한 일이다. 실제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순방 동행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최근까지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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